엄마, 나 엄마 됐어!

임신에세이_빵빵한 보름 씨와의 만남(4)

by 다라

임신을 기대한 건 사실이지만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컸다. 첫 번째 시도 때 너무 확신을 했는데(날짜가 딱 맞는데 어떻게 안 돼?!!! 라는 안일한 생각...) ㅋㅋㅋㅋ 아니었기 때문에 살짝 당황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시도라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나름 부풀었던 마음이 꺼졌던 건 사실이었다. (한 번이라도 실패는 실패니까... ) 이게 길어지면 정말 힘들겠구나, 그래도 반년은 기다려야 한다던데 라는 마음으로 계속 솟아오르는 설레발을 억눌렀다.


얼리임테기는 빠르게 진행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테스트를 하는데... 뭐지..? 지금껏 봤던 단호박 한 줄과는 달리 묘하게... 다른 선이 하나 더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약해서(배란일로부터 딱 2주가 된 시점)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 소변이 묻은 무언가를 사진찍어 누구에게 공유하는 것도 썩 내키진 않아서 인터넷이나 다른 여자 지인에게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신 추석 찬스로 난 엄마가 바로 옆에 있었다..! 내가 화장실에 오가는 사이 부스럭 대는 소리 때문에 살짝 잠이 깬 엄마를 찾아가..(대단한 효녀..!!) ㅋㅋㅋ 굳이 잠을 깨워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나 임신 같은데...


엄마는 귀찮은 기색없이(그 어린날 그랬듯 ㅋㅋㅋㅋ) 바로 일어나 돋보기 안경을 끼고 형광불을 켜 임신 테스트기를 유심히 살펴봐줬다. ㅋㅋㅋㅋ 그러더니 희미하게 번지는 입가의 미소를 애써 누르며(설레발 치면 안되니까ㅋㅋㅋ)


“맞는데...”

라고 말해줬다. 엄마가 맞다고하니 진짜 맞는것같아서 엄청 자신감이 생겼다 ㅋㅋ 그래도 하루를 기다렸다가 진짜 임신 테스트기로 한번 더 결과를 보고 남편에게는 말해보기로 했다.


하루를 기다리며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설 쯤엔 배가 불러 있을까? 그렇겠지. 너 가졌을 때도 추석즈음이어서 소화가 안되길래 명절을 지내서 그런가, 싶었다. 헉 그럼 애기랑 나랑 태어나는 시기가 비슷하겠네. 근데 열달이면 언제야, 7월 아니야?(계산 잘못함) 등등...가장 기쁜 순간을 엄마랑 처음 공유할 수 있어서 넘넘 행복했다.


다음날이 되어 가져간 임신 테스트기(얼리 아니고)로 한번 더 테스트를 해보았다. 내가 가져간 건 원포 임신 테스트기였는데 얘는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서 적정량만 묻게 해야 결과가 정확하다. 그때는 그걸 잘 몰라서 컵에 받지 않고 그냥 묻혔더니 선도 약하고 엉망진창으로 떴다. 그래도 두줄은 어떻게 찾아서 행복해하며 바로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아빠 될 준비 됐어?

물었더니 남편이 “웅? 임신하셔쌰?“ 라고 답을했다 ㅋㅋㅋㅋㅋㅋ 일하는 도중이었던 남편은 한참 답이 없다가.. 곧 전화를 해왔다 ㅋㅋㅋ 집으로 돌아가는 날 마중을 나올테니 그때보자규 ㅎㅎ


평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병원 예약을 잡았다. 평소 생각한 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을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담당 선생님은 잠시 고민했는데 가장 나이가 많고 경력이 있으신, 노산 전문이라는 선생님께 예약을 부탁했다. 왠지 고난도 출산을 많이 경험하신 분일 것 같아서.. 그럼 나도 잘봐주시지 않을까 하고.. ㅎㅎ 엄마눈 담당 선생님까지 고를 수 있는 거냐며 ㅋㅋ 요즘 엄마들은 똑똑도 하다고 웃었다.


아기 태명은 ‘보름이’를 생각했다. 추석 당일에 얼리 임테기를 통해서 임신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그날밤 나는 소원을 빌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엄마가 둥그렇게 뜬 달을 보고 소원을 대신 빌어줬다고 했다. 내용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어떤 소원인지 알것같았다. 달님이 엄마 소원을 받아 우리 아기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게 해주면 좋겠다눈 생각이 들었다. 나름 좋은 의미를 담은건데.. 남편은 너무 사람 이름 같대서 나중에 보름달을 지칭하는 형용사로 태명을 바꾸었다. (부제처럼) 그래도 내 마음속 태명은 늘 ‘보름이’가 먼저다. ^^ ㅋㅋ


바로 병원에 가봤자 보이는 게 없대서 나름 기다렸다가 생리예정일로부터 1주일 뒤, 임신주수로는 5주차를 채워서 예약을 잡았다. 그때는 임신 주수로 4주차를 지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너무너무 시간이 안 갔다. 내가 원하는 시점에 너무 애태우지 않고 건강하게 찾아와준 아기가 너무 대견했다. 애는 알아서 잘 올 텐데 혼자 맘 졸이고 이런저런 걱정을 했던 걸 생각하니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본격적인 입덧이 찾아오기 전, 계획임신에 성공한 이때 시기는 지금 돌이켜봐도 임신 기간 중 손에 꼽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배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든든했고... ㅋㅋㅋㅋ 무럭무럭 커갈 태아의 모습이 기대됐다. 나는 손톱보다 작을 아기의 존재를 상상하며 종종 배에 손을 올리고 엄마가 된 기쁨을 만끽했다 ㅋㅋㅋ 그리고 곧.... 입덧 지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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