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보름씨와의 만남(13)
출산의 기쁨은 엄청났다. 나는 출산한 날부터 지금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육아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기를 낳았다는 흥분과 설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빵빵이를 만난 날 입원실에 혼자 누워 있으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을 붙잡고 동네방네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늘 제가 엄마가 됐어요. 저한테도 딸램이 생겼답니다!" 라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기쁘냐고 물어보면 한번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작가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를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최대한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빵빵이와 나는 10개월을 한몸으로 살았다. 임신을 계획한 뒤 크게 속앓이 하지 않는 시점에서 빠르게 아기가 찾아와줬고 추석날 보름달을 보면서 '내년 추석엔 아기랑 같이 저 달을 보겠지.' 생각했다. 임신 기간 내내 아기를 보호하고 만날 날을 고대했는데 아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열심히 크고 노력하면서 건강하게 나와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준비했다. 출산 과정은 그 결정체였는데 진통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나만큼 힘을 내서 내려오고 있을 아기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뿅 나타난 아기를 만난 순간 너무 고마웠고 감격스러웠다. 너도 너 나름 고난을 견디고 씩씩하게 나와줬구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뿌엥 울기만 하는 아기한테 나는 용기내서 말을 걸었다. 아기야 괜찮아! 이제 우리 무사히 만났어!
폭싹 속았수다의 금명이 대사처럼, 온 세상이 나에게 온 기분이었다. 사실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는데, 그 세상이 지금은 전부니까, 온 세상이 나에게 온 기분이라는 게 맞는 말이었다. 그 세상에서는 돈도 명예도 필요없고 아기랑 나만 존재했다. 우리 둘만 행복하면 나는 좋아!! 특히 아기가 행복하면 그걸로 다 됐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너무너무 귀여웠고, 떨어져있는 기간 내내 눈에 아른거릴만큼 소중했다. 그간 사랑을 말했던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푹 사랑에 빠진 적은 처음이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안 보고 있으면 당근 더 보고 싶은!
조리원에선 감격에 겨워서 몇 번 혼자 눈물을 흘렸다. 주책이라 생각하지만 또 그것도 아닌 게, 사람이 태어나는 과정을 보니 인생 전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삶과 죽음. 그간 사랑했던 사람들. 특히 가족들. 엄마.
엄마가 내게 줬던 따뜻한 감정을 아기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지. 그리고 가끔은 엄마가 삶에 지쳐 내게 주지 못한 따뜻함도 야무지게 챙겨서 아기에게 전해 줘야지. 임신과 출산은 희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기쁨과 환희가 있었다. 물론 아주 많은 행운이 겹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디 임신과 출산을 선택한 이들의 앞날에 행운만이 스쳐가길. 그래서 비슷한 종류의 행복이, 넘치는 정도로 닿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