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유수유를 선택한 이유

다아는 다 알아(4)

by 다라

나는 왜 모유수유를 선택했을까.

그건 자연분만을 선택한 이유랑 같았다. 큰 문제가 없으면 자연분만, 모유수유를 선택했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미련없이 제왕절개, 분유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렇게 결심을 따로 한 건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매커니즘이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여러 문제(유두짧음, 모유양 적음)가 있었음에도 나는 모유수유를 고집하는 꼴이 됐다. 심지어 아기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까지... (대체로 아기들은 힘껏 빨아야 하는 모유보다 힘 안 줘도 쭉쭉 나오는 분유를 더 좋아한다...ㅋㅋ) 도대체 왜? 분유값이 아까워서? 그건 전혀 아니다. 모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들 중 그런 요소를 고려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나는 보수적인 편이다. 인정하지 못했는데 맞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땐 자습서와 학원보다 교과서와 학교 수업을 '근본'으로 여겼다. ㅋㅋ 자습서를 보더라도 화려한 도판이 있는 예쁜 책보다는 두툼하게 원리만 상세히 적어놓은 '수학의 정석' 책을 좋아했다. 가공음식보다는 계절에 따른 제철음식을 찾아먹는 걸 좋아한다. 제철음식도 이왕이면 산지직송을 더 선호한다. 모유가 산지직송이란 말은 웃기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른 '근본' 식단이라는 점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애초에 모든 분유는 모유를 흉내낸 상품이다. 이왕이면 오리지널을 구현하고 싶었다. 모유에 길들여진 아기가 수유때마다 귀엽게 입을 모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덤이었다.


그런데 '근본'을 실현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웠던가. 공산형 예식장보다 스몰웨딩이 더 비싸고 까다로운 것처럼 수유를 커스터마이징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아기마다 성향이 너무 다르고 엄마마다 유두모양, 모유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솔루션이 없었다. 그냥 무조건 많이 물게 하고 아이랑 합을 맞춰야 하는 게 정답. 게다가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얼마나 먹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기가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양이 많은지 적은지 알 수도 없었다. 그냥 참고 기다리면 맞춰진다고 하는데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기가 울면 내내 불안에 시달렸다. 아기도 울고 나도 울던 모유수유 초반의 나날들..


어느정도 합이 맞춰진 지금은 모유수유에서 일종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엄마의 모유는 아기가 먹는 만큼만 만들어진다. 정말 그 아기만을 위한 식사기 때문이다. 아기가 많이 먹으면 양이 늘어나고 덜 먹으면 양이 줄어든다. 자연이 만들어 준 나만의 식사. 살면서 이렇게 대자연이 나만을 위해 움직이는 일을 경험할 일이 또 있을까? 나는 태어나자마자 온전히 한 아이만을 위한 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아기랑 같이 수행해 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임신하기 전에는 뭐 저런 거에 보람을 느끼지? 싶었는데 그건 정말 모를 때의 이야기였다. 사람을 낳고, 기르고, 밥을 주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일이다. 나는 가끔 아기가 모유를 먹기 전에 흥분해서 급하기 달려들 때면 침착하게 말을 건다. 다 다아 거니까 천천히 먹어. 모유를 먹으면서 내내 허기에 시달리던 다아는 그럴 자격이 있다.. ㅠ


만약 둘째가 태어난다면 또 모유수유를 할까? 사실 여기엔 확답을 할 수가 없다. 그동안 오는 길이 너무나 험난했다. 모르는 상태에선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쳤지만 이걸 다 아는 상태에서 돌아간다면? 새벽수유가 뭔지, 유축이 뭔지, 모유양을 맞추는 길의 험난함이 어떤지 아는 상태에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분유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나보다 더 선배인, 180일쯤 되는 아기를 키우는 언니는 둘째를 낳아도 모유수유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니 할만했단다. 참고로 언니와 아기는 완전히 합을 맞춰서 수유시간이 10분컷으로 끝나고 아기도 포동포동 잘 살찌고 있다. 반면 나는 아직 합을 맞추는 중이고 수유 시간도 30분 안팎이다. ㅜㅜ 나도 언니처럼 모유수유의 모든 과정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나마 이 정도도 자리잡은 것에 감사한다. 모유수유든 분유수유든 모든 수유를 도맡은 세상의 부모님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수유는 숭고하다. 세상에 태어나 밥 먹는 일이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궁극엔 아름다운 건지 새삼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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