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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혜영 Aug 12. 2022

출퇴근길 기차역에서 만난 사람들

감사하기 1

매일 출퇴근길에 기차역 안을 가로질러 간다. 아침 출근길에 역사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열심히 김밥집에서 김밥을 먹거나 어묵집에 서서 어묵을 먹는 사람들을 본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데 아침부터 도넛 하나와 커피를 사서 먹는 사람들도 본다. 이른 아침 열심히 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사람들. 가끔 기차 연착으로 서성이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내린 기차에서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분주히 뛰어가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본다. 내가 출근을 하니 모두가 출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중에는 회사를 가는 것이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가는 듯 캐리어를 끌며 원피스에 가벼운 가방 하나를 든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기차역 안에서 출퇴근길에 직장 사람을 우연히 마주친다. 반갑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서로의 근황을 묻는다.

"요즘 일은 재미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 질문을 받은 날 몇 개월 동안 고생한 일을 마침내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무척 재밌다고 하기도 무척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기도 애매한 마음이었다. 그냥 웃으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출근길에  직장 사람을 마주쳤다. 같이 이야기를 하며 걸어왔다. 그 사람과 같이 밥을 먹다가 "요즘 재미있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짧은 기간 연달아 비슷한 질문을 받으니  기분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저런 일들로 진이 빠진 상태였지만 다행히 일이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기에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그런 평소 태도를 버리고 요즘 나에게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이야기를 해본다. 전혀 그런 일이 있는지 그렇게 어려움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놀란다. 나는 나를 생각하고 묻는  말이 감사하다가도 내 가라앉은 기분에 대한 이야기로 그 사람의 감정침잠하게  것은 아닐까 뒤돌아 후회를 한다. 서로 바쁜 일상에 치여 허덕이지만 출퇴근길이라는 짧은  순간에  챙긴 주변을 잠시 살펴보기 위한 그들의 마음이 고맙다.


고마운 마음에 답하는 것은  나간 재미를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힘든 순간은  순간뿐이었다.  때와 새로운 것을 배울  무척 신나고 재미있어했다. 최근 배우고 있는 것도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에 무척 재미를 느꼈고 서울에 가서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볼  감탄사를 남발하며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를 되찾으면 재미는 서서히 따라오는 것 같다. 불평이 나오는 순간은 내가 감사를 잊어버린 순간인 것이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다. 지금은 서울에 KTX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가는 일이 쉬운 일이 되었지만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이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메니에르로 고생하던 시절에는 교통수단 특히 KTX와 같은 빠른 이동 수단을 타면 귀에 무리가 갔다. 먹먹하고 어지러워져 이동을 하는 것이 무척 어렵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차 안에서 책을 봐도 무리가 없다. 긴 시간 지루한 이동길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사실 하나로 인생은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역에 다다르기 전 한강과 육삼 빌딩이 보이는 순간, 그간의 긴 고생이 끝난 것처럼 언제나 감탄사가 나온다.

"우와 서울이다 다 왔다! 멋있다!"


이렇게 빠르고 편안한 KTX를 탈 수 있는 일상에 감사했다. 메니에르 구렁에 빠져있을 땐 절대 못 나올 것 같아서 절대 못 누릴 것 같은 일상이었다. 아픈 사람들의 괴로움은 현재도 그렇지만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에 대한 걱정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언젠가 다 지나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을 나올 수 있다. 서울에 가면 병원만 다녔지 주변 구경은 하지 못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병원 근처에서 서울 구경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내 상태는 심각하긴 하지만 나아지고 있다. 물론 살아가며 순간순간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고통도 있다. 수술은 피할 수 없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뭐 어떤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너무 슬퍼하고 심각해지지 않기로 했다. 힘을 빼고 유영하며 삶을 즐기자 그리고 더 즐거운 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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