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나에게는 슬픈 일이 찾아와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쁜 일이 찾아와도 너무 들뜨지 말라는 인생을 준 것 같다.
엄마의 항암 치료날 슬픔에 잠겨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의료진의 기척에 잠에서 바로 깼고 시간을 보려 핸드폰을 켜니 티켓팅 알림이 보였다. 과거의 내가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의 뮤지컬을 보겠다고 티켓팅 알림을 켜둔 것이었다. 시간을 보니 티켓팅 시간이 지나있었고 일분도 안되어 매진되는 그의 공연 티켓이 남았을 리 없지 하며 비몽 사몽 휴대폰 어플을 켰는데
내 손에 R석 1층 티켓 한 장이 손에 들어왔다!...
울고 있는 아이 손에 쥐어준 사탕 같은, 추운 겨울날 따뜻한 햇볕 같은 선물이었다. 남들은 pc방에 가서 광클릭을 해야 겨우 얻는다는 표 한 장을 자다 일어나서 얼떨결에 손에 쥐었다. 나는 마음껏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심각한 슬픔에 잠겨있다가 잠시 수면 위로 올라온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뮤지컬 관람날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버텼다. 저번 주 있었던 엄마의 항암치료 이후에 입원해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아파서 퇴원 못하면 나 뮤지컬 보러 안가, 그러니까 빨리 다 나아서 퇴원해야 해 “
엄마가 말했다.
“내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재미있게 보고 와”
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보고 싶은 공연이라도 병원에 엄마 누워있는데 가서 본들 그 공연이 마음에 들어올 수가 없어”
다행히 엄마는 평소보다 빨리 몸 상태가 좋아지셔서 내가 공연을 보기 전 날에 퇴원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다음 날 혼자 무사히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척 기뻐했겠만 이번에는 평소보다는 슬프지 않고 덤덤한 하루였다.
극 중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갈 때 삐-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마치 내가 메니에르를 겪을 때 나던 소리와 매우 흡사해서 잠시 잊었던 고통이 떠올랐다. 그러다 바로 감사함으로 과거에서 되돌아왔다. 그 고통이 계속 이어져 나아지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 멋진 음악과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을 텐데 얼마나 다행인가!
슬픈 일이 없이 기쁜 일만 가득하고 행복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그게 어려운 삶이라면 이렇게 한번 숨통 트일 일이 생겨서 잠시 숨을 고르고 슬픔을 걸러내고 다시 일어나 무덤덤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삶이길 바라며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