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영어 적응기
한국에서 모든 정규 교육과정을 끝내면 자연스럽게 미국식 영어를 따라가게 된다. 디즈니에서 시작해 프렌즈, 섹스앤더시티를 지나 가쉽걸, 왕좌의 게임으로 이어지는 영어 컨텐츠가 대부분 미국에서 제작되고 원어민 선생님의 다수도 미국 출신이다. 그래서 나에게 토마토는 영어로 토메이토, 토메이로 였다.
처음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아르바이트할 때는 거의 매일 손님들에게 “미국식 악센트를 가졌구나!”라는 말을 들었다. 초창기에는 호주 악센트가 너무 알아듣기 힘들어 “Sorry”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어느 날 하루는 같이 일하던 보스가(이민자 출신) 왜 자꾸 숫자 4를 말하는데 포어- r로 말음하냐고 그건 맞는 발음이 아니야. 포어- 라고 말해!라는 말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느새 R 발음을 거의 하지 않는 호주 발음이 익숙하고 말하기 더 편하기까지 한다. R 발음은 대체로 장음으로 대체되는데 How are you 가 하우 아- 유로 발음되고, 힘들여서 혀를 안 굴려도 되니 오히려 한국인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호주 악센트가 더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꼽아보면
맥도널드보다 Macca’s: 호주에서는 맥도날드를 Macca’s 라고 부른다. 밤늦게 술 마시고 맥도날드 가는 걸 Maccas's run이라고 부르고, 공식 앱이름도 My macca’s.
케첩 또는 토마토소스: 케첩과 토마토소스가 같은것이가 다른 것이 가에 대한 기사가 있을 정도로 논란은 있지만 호주에서 토마토소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케첩을 의미한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마트에 가면 하인즈 케쳡도 팔지만 로컬 브랜드는 토마토소스라고 판매하는데 맛은 케쳡이 더 진하고 토마토소스가 묽고 신맛이 좀 강하다. 여기서 토마토소스를 말할 때 토메이토 아니고 토마아토.
Sunglasses 보다 Sunnies: 호주 사람들은 줄여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선글라스의 줄임말은 써 니스. 너무 귀엽지 않나?
왓썹 맨(What’s up man) 보다 How’s going mate: 호주 발음하면 다들 G’day mate를 생각하는데 지역차 때문일까? 멜버른에서는 G’day 보다는 How’s going 더 자주 듣는다.
호주 발음에 익숙해졌지만, 바꿀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DATA.
호주 사람들은 영국식 발음을 따라 “다아타” 라고 발음하는데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안되 이 단어만큼은 배운 데로 데이터라고 발음하기로 마음먹은 단어다.
토마토로 돌아가서 토메이토, 토메이로, 토마아토 중 무엇이 맞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모두 맞다고 답할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보다 제2외국어로 쓰는 인구가 더 많고, 내말을 못알아듣는 너가 문제이다라는 태도일 정도로 본인의 악센트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호주에서 사는데 회사는 말레이시아인이 많아 나의 영어 악센트는 한국식, 미국식, 호주 식이 섞였고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사람을 만나면 말레이시아식까지 별별 악센트가 섞여 있다. 영어 발음이 원어민 같지 않으면 어떠나?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 없고 밥 먹고 살 정도는 되니 영어를 말할 기회가 있다면 발음 걱정 말고 그냥 말해보기를!
호주 악센트가 궁금하다면 참고할 만한 영어공부 소스
SBS Easy English: 공영방송사인 SBS 운영하는 팟캐스트로 5분짜리 하루 뉴스를 아나운서가 아주 천천히 또또박 발음해준다. 영어 발음을 꼭꼭 씹어 들을 수 있고 스크립트까지 제공해주는 아주 유용한 자료
https://www.sbs.com.au/news/podcastcollection/sbs-news-easy-english
Buzzfeed OZ: 호주,뉴질랜드 버즈피드로 요즘 트렌드를 호주/키위 영어로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Kjpl5dlRUP4C1qJCoHh-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