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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Nov 08. 2019

애증의 영어- 0개 국어를 합니다.

호주에서 일하고 먹고살고 있지만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한국에 들어가면 이제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겠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색하게 아니라고 웃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영어 정말 잘하시겠어요 라면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에요. 포도시(전라도 사투리로 '겨우') 먹고살 수 있을 정도예요라고 답한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얼마나 의식적으로 읽고 쓰고 노력하냐에 따라 실력이 향상하는 거지 현지에서 살면서 실력이 저절로 는다는 건 어린아이들이 아닌 이상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기 때문에 듣기는 늘 수 있지만 이는 의식적 노력에 의한 향상보다는 그 정도와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문제는 꽤나 자주 한국어가 생각나지 않고 입안에서 맴돌 뿐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업무 관련해 가끔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갑자기 한국어로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영어로 중간중간 섞어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말하는 교포 스타일로 내가 말하고 있던 거다. 호주에서 사는 한국인을 만나도 똑같다. 한국인끼리 한국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어 단어를 스무고개 하며 알아맞히는 때가 너무 빈번하게 나타난다. 


한국어가 줄어드는 만큼 영어가 는다면 오히려 좋겠는데 어느 날은 영어도 안되고 한국어도 안되어 모든 언어가 입안에서만 웅얼거리고 있자면 그날은 그냥 0개 국어인 날인 것이다. 어떤 날은 영어가 늘었다고 생각될 만큼 잘 나오다가 그다음 날은 0개 국어인 날의 무한 반복인 것이다. 재미있는 건 비단 한국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꽤나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라는 거다. 


어느 날 영어로 말하는 게 힘들어 대만 하우스 메이트에게 한국어로 말했더니 하우스 메이트가 물음표 세 개가 뜬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데 그때는 오늘은 영어가 안 되는 날이라 답한다. 그러면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라는 동지애가 섞인 얼굴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호주 사람과 데이트하는 그녀는 너무 피곤하면 아무 말 안 하니 파트너가 불만을 토로 하자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중국어도 안 나오고 영어로 안 나와라고 이야기했더니 영어가 모국어인 그 남자는 말을 해야 늘지 라고 타박했다며 웃었다. 우리는 걔는 영어 하나밖에 모르잖아 라면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하였다. 영어로 안되고 모국어도 안 되는 벙어리가 된 그 답답한 심정을 그는 모를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어떨까 싶어 구글에 찾아다 이 글을 발견했다. 미국인이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인도네시아어 다양한 언어를 배우다 집에 갔다가 고맙습니다를 Thank you much gracias sir” (Gracias는 스페인어로 고맙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는  웃픈 이야기이다.


0개 국어는 어쩌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위의 글은 2019년에 작성했으며 2021년 현재는 0개 국어 현상은 매우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수동기어여서 때때로 기어가 뻑뻑해서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을 때도 있었더라면, 지금은 자동기어로 바껴서 좀더 쉽게 바뀐다고 할까나? 다행히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있다. 




https://www.wanderingearl.com/fluent-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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