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야?’
‘사람이 나잇값을 못해'
한국에서 나이라는 족쇄를 벗어던지기에는 쉽지 않다.
체크 리스트 빈칸 채우기 처럼 나이에 맞춰 해아 할듯이 정해져 있다.
대학교 졸업,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2세 계획
체크리스트 관점에서 보면 난 트랙을 벗어난 아웃사이더 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다들 정착할 나이 서른에 한국을 떠났고, 남들 다 결혼 할 나이에 호주와 한국에서 장거리를 연애를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친구들은 아이들을 낳고 기를 동안 나는 나라는 사람을 그때부터 알아가기 바빴다.
친구들이 하나쯤 갖고 있다는 명품백 하나 없고 그냥 후디, 백팩과 반스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을 한다.
그 흔한 건강보험도 없다. 아직까지 크게 아프지 않은 나의 몸뚱아리에 감사할 다름이다.
모으기보다는 쓰는데 더 재주가 있어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차도 없다. 나이에 맞게 진중하냐하면 난 여전히 술고 음식이 좋고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나이가 드니 뻔뻔함만 늘어 호주 펍에서 호주 아주머니 들과 방방 뛰고 놀 수 있다가도 갑자기 낯을 가리기도 한다. 코로나 기간에는 2주마다 머리색을 바꾸기도 했다. 핑크색, 파란색, 보라색, 크리스마스 기념 트리색. 남들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철 들었나 싶다가도 나란 사람 왜이러지 싶을 때도 있는 그런 사람이다.
체크리스트의 항목들을 체크 한것 보다 하지 않은게 더 많지만 괜찮다. 나는 그냥 이대로의 내가 조금씩 더 좋다. 가끔 호주 할머니들이 백발을 캔버스 삼아 보락색, 심지어 무지개색으로 염색하신분들을 볼 수 있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족쇄가 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자유로워 진 할머니.
그러니까 우리 나이 생각하지 말고 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그냥 해봤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니 ‘해볼걸’ 이라는 후회가 ‘괜히 했봤다’ 보다 훨씬 무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