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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Oct 07. 2020

완벽했던 퇴사 통보

한국과 호주의 다른 온도차

10월로서 멜버른에 온 지 꽉 찬 4년을 채웠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남자 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잘 이어왔고 "이제는 돌아가야지"라는 느낌, 코로나 때문에 3일만 일하느라 월급도 깎인 상황, 이놈의 코로나가 근시일 내에는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에 결심을 했다.


부모님께도,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고, 이제 회사에 통보만이 남았다.


보스가 호주 사람이고 4년이라는 시간을 일 하면서 유대관계를 잘 쌓아왔다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생각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구글에 찾아봤더니 보스와 미팅을 잡고-> 퇴사 의사를 밝히고-> 퇴사 이유를 말하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포인트는 "Never burn bridges" 결국 나가는 마당에 괜히 회사 욕 하지 말고 잘 마무리해서 나중에 레퍼런스 체크할 때를 대비하라 정도였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말할지 얼개는 쫘놨고 이제 타이밍을 잘 봐야 하는데, 보스가 너무 바쁠 때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 점심시간 전에 말하려고 했다가 집중하고 있는 표정을 보고 일보 후퇴. 우선 점심을 먹고 상황을 봐야지. 점심을 다 먹을 즈음 보스가 차를 끓이러 팬트리로 들어오면서 한국은 코로나 상황이 어떻냐고 물어보면서 스몰토크가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계속 코로나 이야기와 경제 여파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오피스에 따라 들어가 문을 닫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네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남자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남자 친구의 성격 및 상황상 호주에서 살 수 없다. 그래서 한국으로 올해 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나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이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더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를 하자, 보스가 굉장히 놀라며 열심히 일해줘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너를 놓치는 게 아쉽다고 말하며 영주권을 따고 가는 게 낫지 않냐고 설득을 했다.


다이얼로그만 따지면 내가 생각했던 대로 과히 완벽하게 흘러갔던 퇴사 통보였다.


그 이후, 결론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반으로 줄어든 프로세싱 타임과 한국의 취업시장 상황, 영주권이 있을 때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영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퇴사 통보 전 내년 1월부터는 꽤 큰 폭으로 월급 인상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 조건도 유지되고, 영주권도 따게 도와주고, 또 나중에 영주권으로 따고는 내가 돌아갈 것을 아는 상황이니 나에게는 오히려 그 전보다 나은 조건이었다.


나에게는 나름 완벽했던 퇴사 통보를 하고 나니 그동안 한국에서의 퇴사 통보 과정과 엄청난 대조가 되었다.

 

첫 번째 퇴사 통보는, 외국계 대기업 계약직이었다. 일 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조건이었는데 업무가 맞지 않아 퇴사를 이미 마음먹었지만 같이 일했던 동기 언니는 계약기간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아무 말이 없어 애간장이 녹아나고 있었다.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니 그제야 정규직 때문에 그러냐고 전환해주겠다고 하는 모양새가 다시 생각해도 치사하기 이를 때 없다.


두 번째 퇴사 통보는 3년이나 일했던 중소기업이었다. 남들은 몇 달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는 회사에서 나름 애정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가 번아웃 직전이 되어 구직 활동은 꿈도 못 꾸고 그냥 퇴사 통보를 했다. 지독히도 맞지 않았던 본부장에게 따로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큰 목소리로 그냥 여기서 말해라는 예의는 눈꼽만큼도 볼 수 없는 작태에 결국은 남들이 다 듣는 앞에서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의 그 모멸감이란.


그 이후 인사팀, 대표 면담을 하고 대표님이 원하는것 처럼 열정 있게 일 할 의욕이 없어서 나간다고하고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더 빨리 퇴사하지 못한 것에 아쉽지만, 그래도 그 덕에 호주에 왔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그나마 회장님이 조용히 불러 힘들면 한 달 휴가 줄 테니 쉬었다가 다시 오라고, 너는 다른사람처럼 휘둘리지 않고 잘 지냈던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고 했던 게 그래도 누군가는 내가 열심히 였던 걸 알아준다 싶어 조금 위안이 되었다.


회사 직원도 회사 밖으로 나가서는 고객이다. 전 직원이 전 직장의 Hater 가 되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그 마무리가 너무 미흡한 것 같다. 한국 회사 생활에서는 퇴사를 쉬쉬하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 전하고 떠나게 했는데, 호주에서는 전사 이메일로 노고를 칭찬하고 떠나는 사람의 미래를 축하해주고 파티도 열어준다. 한국이든, 호주든 완벽한 회사는 없고 이직은 당연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별을 고하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가는 너무나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


한 조직에 있었던 사람을 따듯하게 배웅해주는 일은 모두를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에 받았던 퇴사 축하(?)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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