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락다운이다. 저번 주 금요일부터 멜버른은 4번째 락다운에 돌입했다.
락다운 전주에는 컨벤션 센터에서 하는 맥주 축제를 다녀왔을 정도로 자유롭게 지내다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 이제 4번째 정도 되니, 대충 ‘락다운을 하겠구나’라는 감이 오고 업무 관련해서는 거의 반자동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의 호주 프랜차이즈 총무, 구매 담당의 자세
점주와 오픈 여부 확인
락다운이 시작되면 매장 내 식사는 금지이고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매장 위치마다 배달 매출이 상이해서, 점주의 재량에 따라 매장 오픈 여부를 결정한다. 락다운 기간이 비교적 짧아 빅토리아 주의 총 13개 매장 중 하나 빼고는 다 오픈한다.
배송 스케줄
매장에 원자재 배달 스케줄에 변동 사항이 있나 확인하고 점주들에게 고지한다. 점주를 돕기 위해 최소 주문 수량을 낮췄다. 문이 닫는 매장이 있을 경우 중요 원자재 납품 업체에도 알린다.
락다운 주말 이후 매출 확인
락다운 시작 후 첫 주말 이후 매출을 확인한다. 기존부터 배달매출이 높았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전주 매출 대비 대폭 감소했다. 특히나 코로나 Explosure site라고 발표 난 주요 쇼핑몰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매출 감소에 따른 stock level 확인
코로나 시작 후, 업무 관련해 가장 스트레스 받는 건 물류다. 그나마 코로나 발생 후 1년이 지나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는, 컨테이너 딜레이가 엄청 심하고 호주달러가 사상 최악까지 내려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다. 최고는 작년 말 매출이 회복세인데 컨테이너 딜레이 때문에 막상 팔 재료가 없는 큰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주문부터 운송까지 2 달이면 오던 것이 3달 넘어서까지 딜레이가 되는데 컨테이너가 언제 도착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어 피가 말랐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 상승에 따라 par level을 올려 스토리지가 가득인 상태였는데 갑자기 락다운이 겹치면서 이제는 반대의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은 일주일짜리 락다운이지만, 연장될 수 있다는 루머가 솔솔 나오면서,
컨테이너 주문 연기까지 고려 중이다. - 수출업체에게 미리 귀띔하기.
매장 지원을 위해 배달 서비스 프로모션의 일부를 본사에서 지원해주기로 했으나, 락다운이 지속된다면 로열티 감면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락다운 일상 살아내기
자취생의 외로움과 답답함
사람 마음이 청개구리 같아서 나가지 말라고 하면 나가고 싶고, 나가라고 하면 있고 싶어지는 이 심리는 무엇. 처음 이틀은 집에서 얌전히 보내다가도 셋째 날부터는 답답함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다. 특히나, 작년까지는 친구와 같이 살다가, 이번 락다운이 자취하고 첫 락다운인데 집에서 말할 사람이 없어 너무 심심하다.
그나마 회사에 출근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회사에서 수다 떠는 게 아니더라도, 평상시와 같은 루틴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하다.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성격상 그냥 나가는 게 집중도도 더 높고, 스트레스가 덜하다. 답답함을 해결할 겸, 운동할 겸 45분 거리를 걸어서 출근 중이다.
정리정돈
락다운 기간에는 최대한 집을 깔끔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긴데, 주위가 어수선하면 머리 속도 같이 정신없어진다. 괜히 우울해지고, 늘어지고 (저번 주말의 나) 이런 무기력을 타파하는데 청소가 의외로 효과적이다.
먹고사니즘- 냉장고 파먹기
작년 락다운 기간에는 달고나 커피에, 요리에 베이킹을 시도했지만, 이제 4번째 정도 되니 그냥 만사 귀찮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골골하던 냉장고까지 오늘, 내일 하시는 바람에 냉장고 파먹기 하는 중이다. 다만, 같은 음식을 그다음 날은 먹기가 싫어지므로 가진 재료에서 최대한 창의적인 레시피를 생각해내야 한다. 먹는 즐거움이 하루의 즐거움 중 큰 부분을 차지함으로 너무 대충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귀찮은 날은 라면을 먹지만 일주일에 한 번으로 조절 중이다. 이상하게 라면을 너무 자주 먹으면 왠지 우울해진다. 나 자신을 너무 홀대하는 느낌이랄까?
장보기- 화장지는 미리 사놓자.
다들 화장지에 한이 맺혔는지, 락다운만 시작하면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게 화장지이다. 그다음으로는 고기, 쌀, 파스타, 파스타 소스, 빵 더 심해지면 감자 등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야채 순으로 없어진다. 그래도 4번째 락다운이라고 작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락다운 초기에는 위에 말한 물품이 떨어지거나 현저히 줄어든다. 작년 락다운에는 7시에 슈퍼에 가도 화장지는 매진이고 여러 군데를 가도 구할 수가 없어 직장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주었다는 웃픈 사연.
호주에서는 멜버른이 코로나의 여파를 가장 크게 맞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좋은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이번에도 잘 지나가겠지. 모두 STAY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