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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Aug 16. 2021

락다운 6.0 멜버른에서 보내는 코시국 소회

코시국이 알려준 지혜


멜버른 6.0 락다운은 오늘 공식적으로 2주간 연장되어 한 달짜리 락다운이 됐다. 락다운이 풀릴지 안 풀릴지는 모를 일이다.. 또,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도 시작한다. 불과 5월만 하더라도 마스크를 벗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놀던 것을 생각하면 코로나 덕에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은 확실하다. 




영어에 hit rock bottom이라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바닥을 찍었다는 말. 나에겐 작년 5월 락다운이 ‘바닥’이었다. 락다운 중에 2-3일간 일했는데 그마저도 아예 사무실이 2주간 문을 닫아서 우선 돈부터 걱정되었다.  호주 정부에서는 사상 최대의 보조금을 푼다는데 외국인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당시에는) 없으니 상대적 박탈감도 컸다. 정말이지 먹고사니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집에서 반경 5킬로 이상은 못 나가고, 운동은 하루에 한 시간만 가능하고, 코로나 케이스는 잡힐 기세가 보이지 않고, 시간은 많으니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고 우울감, 불확실함, 잘못된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심화된 자기 비하 등 부정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다. 음주량이 급하게 늘었고, 넷플릭스로 시간을 죽이고 그다음 날이 되면 다시 자책하고 악순환의 연속 었는데 이 고리를 끊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난 나서 지금은 복 받고 감사한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너무 신기한 변화다. 아직도 락다운 중이고 (심지어 6번째) 그렇다고 내 조건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느냐? 물론 나아진 점도 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1. 할 수 있는 것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기

첫 번째 락다운을 그냥 흘려보내고 두 번째 스테이지 4 락다운을 시작할 때 이번에는 첫 번째와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내 인생 안 되겠다 라는 위기감과 바뀌고 싶다는 의지가 출발점이었다. 


새해의 단골 목표를 (다이어트와 독서) 아주 작게 잘게 쪼개서 해보기로 했다. 기존과 달랐던 점은 이번에는 인스타그램 기록용 계정에 기록을 시작했고 인스타그램 커뮤니티에 가입도 했다. 내가 관심 있는 태그를 팔로우하면서 비슷한 관심사를 보는 사람들을 과정도 함께 지켜봤다. 같은 옷을 입고 매주 사진을 찍으면서 눈바디를 체크하다 보니 몸무게는 그대로라도 달라지는 몸의 라인을 눈으로 확인하니 계속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기록의 힘이 이런 거였나 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느슨한 연대도 큰 도움이 되었다. 


2. 콘텐츠 조절하기

네이버 뉴스를 끊고 로컬 뉴스도 거의 체크하지 않았다. 중요한 뉴스는 회사 채팅방에 올라오거나 친구가 알려고 뉴스에는 온갖 걱정거리들만 올라오기에 과감히 보지 않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도 보는 콘텐츠의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로 독서, 다이어트에 관련된 것을 보고 내가 지향하는 지점이 다른 분들의 계정은 관심 없다고 표시하거나 팔로우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워너비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과도한 다이어트 절제식을 하시는 분은 팔로우하지 않았다. 음식에서 오는 행복이 큰 사람인데 매번 닭 가슴살에 샐러드만 올라오는 피드를 보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고 오히려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3. 가진 것에 감사하기 & 성장하고 있다고 믿기

매번 산책을 나갈 때마다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바닷가 근처에 살 때라 매번 바다를 보며, 락다운 기간에 이렇게 바닷가 근처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가 가장 단골 감사 거리였다. 그리고 맨날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든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있고 아주 조금씩 보이지 않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되새겼다. 내가 나의  가장 큰 서포터가 되었겠다고 생각했다. 


4. 일에 대한 의미 찾기

하고 있는 일이 반복되고 자잘한 일도 너무 많아서 사실 코로나 전에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 한국을 돌아가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첫 번째 락다운이 끝나고는 실제로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보스에게 퇴사 통보를 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하지만, 비자 때문에 좀 더 있기로 결심하고는 나를 위해 이 관점을 전환해야겠다 생각했다. 꾸역꾸역 일을 하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웠다.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었다. 하기 싫은 일의 의미를 찾는 일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한데, 내가 싫은 일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니 답이 나왔다. 


제일 하기 싫었던 일이 Debt collection이었는데 ‘그래. 다른 팀원이 아무리 세일즈를 잘해도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회사의 피 같은 cash flow가 안 좋아지면 의미가 없구나. 그렇다면 나는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는 심장이 하는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확 줄었다. 그래도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은 거니까 최대한 시간을 덜 들이고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서 결론적으로는 더 적은 시간과 감정 소비를 들이고 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렇게 몇 달간의 락다운 온 앤 오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최종 10킬로를 감량했고, 그 사이 꽤 큰 폭의 월급 인상도 받았다. 그렇다고 제가 지금 완벽한 하루를 사느냐? 그건 아니다. 여전히 때때로 업 앤 다운 이 있고, 불안하고,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하고, 미래가 걱정된다. 다만 작년의 락다운을 보내고 나서 올해는 ‘안녕’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이사한 집에서 소파에 누워 보이는 뷰를 보면서 그 순간에 감사하고 '안녕(安寧)'하게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올해의 락다운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모두들 이 순간 ‘안녕’ 하시길.


이사 만족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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