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책하던 중 친구가 말했다.
"내가 내 주위에 행복한 사람이 누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그랬더니 주위에 행복한 사람은 너 밖에 없는 것 같아."
겉보기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많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 사람들이 많다고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 주위에서 행복한 사람은 나인 것 같다는 감사한 칭찬이었다. 나라고 인생에 고민이 없고 힘든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행복한 순간들이 늘었고(아마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그 순간을 충분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햇살로 샤워를 하면서 하늘 한 번 보고, 책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
일주일 동안 열심히 자신을 위해 한상 멋들어지게 차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첫 한 모금.
발코니에서 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보며 멍 때릴 때
아끼는 친구와 바닷가를 산책하며 수다 떨 때
금요일 출근길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 길에 듣는 신나는 음악 그리고 동료들과의 인사.
멀리 있지만 유선으로도 느끼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통화시간
걸어서 퇴근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멋진 석양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즐겁고 신나서 집에서 잠옷 바람으로 춤출 때
오랜만에 물을 주는데 그동안 참 잘 자란 화초들이랑 인사할 때.
별것 아니고 아주 작은 순간들이지만, 이것들이 모여 참 따뜻하게 날 데워준다.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감사하고, 좀 간질거리지만 나 자신 정말 열심히 잘 살았다 하고 칭찬도 한다.
호주에 오면 나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주에는 내가 찾는 파랑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다,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환경을 바꾸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대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서 호주산 파랑새를 가만 들여다보니 그냥 평범한 비둘기인데 그냥 푸르뎅뎅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냐에 따라 그 새가 파랑새가 될 수 도 있고 그냥 한국에서 보는 똑같은 비둘기인 것이다.
결국 내가 바라보는 렌즈가 관점을 바꾸고, 같은 일상의 색을 바꾸고, 나의 감정을 바꾸는구나. 그렇다면 어느 곳에 사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5년 동안의 업 앤 다운, 상처와 힐링, 떠나보니 느껴지는 자유로움을 통해 나는 비바람을 맞아도 잘 자라는 들꽃처럼, 잡초처럼 나름 아주 잘 성장했다. 아직도 비바람이 불면 마구 흔들리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 비바람이 날 더 단단히 만들 기회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걷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그 길을 지나와한 뼘 성장했을 테니까.
그곳이 한국이듯 호주이듯 상관없이.
파랑새는 내 곁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