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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Feb 22. 2021

코로나 덕에 드림하우스를 낚다

렌트 구애 작전

정말 코로나 덕분이다. 세상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다더니 작년 락다운 때 월급 못 받아 마음고생할 적에는 코로나 덕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티 아파트에는 보통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 혹은 대학생들이 주로 산다. (호주 사람들은 마당이 딸린 주택을 선호한다) 코로나로 유학생들이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가 현재 공실률이 매우 높은 상태여서 렌트비가 평상시의 80%으로 떨어졌다. 평상시보다는 경쟁이 덜 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다고 내 눈에 예쁘면 남들 눈에도 예뻐 보이는 것이 이치라 좋은 집은 항상 경쟁률이 높다. 한국처럼 계약금을 먼저 내는 사는 사람이 임자가 아니라 호주에서는 경쟁자 중 내가 뽑혀야 하기 때문에 구애작전을 펼쳐야 한다. 부동산 렌트하기가 소개팅과 비슷하다.  


프로필 사진 확인하기

사진발은 소개팅에만 있는 게 아니다. 광각으로 찍어서 좁은 곳을 넓게 보이게 하고, 볕이 잘 안 드는 집을 보정으로 환한 곳으로 만들논다. 사진으로 멀쩡한 집이 가보면 “이런 집을 이 가격 내고 살라고?!”라는 집이 종종 있다. 다행히 이건 인스펙션을 많이 다니다 보면 사진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온다. 익스펜션은 보통 20분 내로 정해진 시간 내에 진행되고, 참여한 사람의 수로 경쟁률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부동산을 끼고 그 주변에 있는 매물들은 보여주지만 호주는 집주인이 부동산을 끼고 부동산 사이트에 집 사진을 올리고, 익스 펙션 날짜는 정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와 집을 확인한다. 그 뒤는 정말 구애만 남았다.


신청서 작성

왜 인기 많은 사람은 그냥 얼굴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 부동산도 똑같다. 인기 많은 집들은 익스펜션에서부터 그 열기가 느껴진다. 남은 것은 구애. 픽미픽미픽미업. 나를 찍어 달라고 신청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호주는 보증금이 보통 한 달치 렌트이기 때문에 밀리지 않고 돈을 잘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기존에  집을 렌트한 이력이 없어 레퍼런스가 없다면 아무래도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인데 이때 취업 중이라면 회사의 레퍼런스 레터로 어필할 수 있다. (이것을 몰라 처음 집 구하기가 참 힘들었었다.) 통장잔고도 보여주고, 내 연봉이 얼마인지, 풀타임인지, 캐주얼인지, 전에 작성했던 부동산 계약서 사본에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다!”를 힘껏 어필하는 거다. 신청서 중 부동산이 추려서 집주인에게 보내고 그중에서  뽑히는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다.


마지막 네고

지금 같은 시기는 입주자가 귀한 시기라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첫 2주는 렌트비 무료 또는 할인).


부대시설로 수영장과 체육관이 있고 역 바로 앞에 있어 편리한 교통, 플러스 발코니에서 괜찮은 뷰가 있는 아파트가 코로나 덕에 많이 내렸다. 설상가상, 익스펜션 끝나자마자 깜짝 락다운을 하는 바람에 신청서에 락다운 중에서도 일할 수 있는 필수 산업군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껏 어필한 게 먹힌 모양이다. 금요일에 신청했는데 월요일에 바로 계약 체결하고 이제 이사만 남았다.


덕분에 평생 로망이었던 진정한 자취를 이제 시작한다!

이번엔 조금 고마웠다. 코로나.


자취 로망 실현



드디어 발코니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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