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서 들었던 잔소리 중에 듣기 싫었던 말 베스트 3에 꼽히는 소리인데 왜인지 커갈수록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습관의 총합일지도 모르고 습관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바뀌지 않는 부동의 새해 결심이 이것을 대변하지 않을까? (영어공부, 금연 , 운동하기 혹은 다이어트)
야근의 연속이었던 직장생활 동안 나의 핑계는 이랬다.
자기 계발할 시간이 없어서 안 하는 거다. 퇴근만 일찍 해봐라.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지.
당시에는 정말 굳게 믿었다. 내가 게으른 게 아니라 야근이 많은 이 상황이 문제라고.
그렇게 한국을 떠나 난 내가 꿈꾸던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새던 바가지가 그대로 호주로 이어진 것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던 그 습관 그대로 호주로 이어졌다. 퇴근해서 혼술 하며 예능 보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잤다. 이 행동이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를 해소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예능으로, 미드로, 술로 나는 현실을 회피했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이게 계속적으로 지속되니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커졍 자괴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적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업무 양이 많지 않았는데 그냥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만 해도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해서 집에 돌아오면 분명 결과물이 있는 하루는 아니었지만 그냥 한없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다. 영어로 이렇게 힘들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 들렸고, 이미 정신적으로 위축이 되니 말도 잘 안 나오고 가슴 속하고 싶은 말이 100이라며 막상 60프로만 말하는 거 같아 그 간극이 너무 답답하고 스스로에 대해 화가 났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전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돌아갔다. 예능으로, 미드로, 술로. 이게 좋아서 돌아갔다기 보다는 다른 대체 방법을 몰랐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떠나와있으니 많이 외로웠고, 술로 회피를 하다 보니 살찌고, 내가 꿈꿨던 생활과는 거리가 너무 먼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셨고의 사이클에 빠졌다가 나중에는 알콜 의존증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인터넷으로 해본 자가진단표의 결과에는 전문가의 상담을 권고했다.
돌이켜 보면 외로움이 가장 컸고, 창문 없는 방도 한몫을 했으며, 악순환에 빠져있는데 어떻게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을 몰랐다. 내가 호주로 떠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첫 번째 하고 싶은 일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법이다.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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