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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Mar 04. 2021

그.사.세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출근길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뒤 소송을 이어가던 변희수 하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에 가슴 아팠다. 유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너무나도 젊은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뉴스를 보는 일은 항상 슬프다. 네이버 댓글을 보니 더 가슴이 아팠다. 비정상을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라는 댓글들부터 그분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네이버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는 모르겠다. 같은 사람인데 이 사회에서는 비정상이라고 하고 다른 사회에서는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받아준다. 다양한 구성원들을 품을 수 있는 열린 사회 일 수록 그 구성원들이 더 살기 좋은 열린 사회라고 생각한다. 정답 사회에서 자라 다시 정답처럼 여겨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우리는 그 좁디좁은 틀을 통과하려고 타고난 모양을 깎고 다듬어 내 모습을 그 틀에 맞추려고 한다. 그러지 말고 애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여러 가지 모양 그 자체로 받아주면 그냥 그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주정부에서도 동성결혼에 대한 광고를 곧곧에 내걸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소수자로 살기에는 참 불편하고 힘든 나라이다. 성수자로 살아가는 것을 예상해본다면, 넌 왜 남자 친구가 없어? 혹은 여자 친구가 없어를 수시로 들을 것이고, 일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될 것이다.


호주는 친구나 동료 사이에 “아 내가 바이인데, 예전에 내가 여자 친구를 사귀었을 땐 말이야” 혹은 본인이 성소수자라고 말하는 것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뒤에서 게 이래, 바 이래라고 수군거릴 것도 아니고 그냥 성 정체성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 드리면 되는 것이다. 2017년에는 국민 투료를 거쳐 법적으로 동성결혼을 할 수 있게 되어 성소수자도 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기념비적인 사건도 있었다.

 

비단, 성소수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호주에 와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주의 트레인, 버스, 트램 (일부 구식 트램은 제외)은 모두 휠체어 승하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 휠체어는 장애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도 사용하니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하드웨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휠체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시민들을 정말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어떤 해변에서는 물에 들어갈 수 있는 휠체어도 대여할 수 있다.


시티에서 매 여름마다 주최하는 야외 음악회는 정말 애정 하는 이벤트 중 하나인데 몇 년 전에는 유명한 오페라 음악을 골라 공연했었다. 그리고 한 곡을 시작하기 전 사회자가 한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 소개하기를 이분은 청각장애인인데 수화로 그 가사를 통역을 할 것이고, 청각 장애인으로서 그 가사에 맞춰 수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분은 들을 수 없으니, 우리가 수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죠." 하면서 음악이 끝나면 '반짝반짝 작은 별'을 할 때처럼 손을 반짝여달라고 했다.


풀냄새가 나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와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노랗게 핑크빛으로 물드는 석양을 뒤로 보는 야외음악회에서 그녀는 열정적으로 수화를 했고 곡이 끝나자 모든 청중이 손을 반짝반짝하는 모습은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다.


멜버른에 오신다면 꼭 한번 가보시길


그 날 그 콘서트에 수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청각 장애인 청중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없다 한들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수화통역을 제공함으로써 청각장애인도 당연히 이것들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수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남자가 소수 일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여자 소수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보호받아야 하는 노약자 층도 소수 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보는 관점에서는 다수일 수도 그리고 소수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소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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