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의 시작

기자 그만두다

by OIM



일을 하고 있다. 쉬다말다 일한다. 그간 그랬다. 따지고 보면 2014년즈음부터다. 회사에 들어갔다. 언론사다. 작은 곳이었다. 밤까지 일했고 데일리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성과는 마땅찮았는지 회사가 재정난을 맞는다. 불행히도 그 불똥은 보도국으로 튀고, 기자들이 짐을 쌌다. 막내였던 나도 그랬다.


2개월을 채 못 쉬고 다시 직장을 잡는다. 협회지나 사보 따위를 만드는 일이다. 일은 널널했고 모기업은 튼튼했다. 정년을 앞둔 사람들이 있었고 장기근속자도 여럿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변화는 없었고 열정은 식어갔다. 글쓰는 일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같은 문장 같은 구성 같은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힘들었다.


다시 기자가 된다. 모두가 아는 매체에 들어간다. 두 달 가까이 전형을 치른다.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의 한 유형이다. 서류를 내고 필기시험을 본다. 필기를 통과한 뒤 실기를 보고, 두 번째 실기시험도 통과한다. 그 다음이 최종면접이다. 며칠을 기다렸을까. 내가 속한 직군은 최종합격자를 두 명 발표한다. 그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린다.


밤낮없는 생활의 연속이다. 하루 15시간씩 일한다. '집에서 잠만 잔다'는 말을 실감했다. 남들보다 빨리 출근했고 남들보다 늦게 퇴근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쉬었고 어떤 날은 보름간 쉬지 못했다. 경찰서도 돌았다. 혜화와 도봉, 강남과 광진. 경찰서 6개씩을 담당하며 사건기자 노릇을 했다. 새벽 2시 넘어 기자실에 들어가면 3시간 뒤 일어나야 했다. 택시비로 16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수습기자란 게 그랬다.


다시 기자를 그만둔다. 사회의 불합리를 보도하면서 조직의 불합리에 입을 닫는다. 반항의 어려움을 알고 '예스'를 강요하는 인간군상을 마주한다. 그렸던 기자상에서 멀어져갔다. 더불어 '나'라는 인간을 고민했다. 표리부동. 환멸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나를 "기자님"이라고 불렀다.


어중간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기자는 아니다. 직업에 가치를 투영하는 일을 그만뒀다. 글의 내용은 가치를 잃고, 쓰는 기술만이 유효하다. 그래서 글로 돈벌이를 하지만 즐겁지 아니하다. 근래의 고민은 이것에서 비롯된다. 업에서 오는 부하를 이겨내고 그곳에 욕심을 두지 말 것. 밥벌이의 고단함이 비로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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