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work
분명히 퇴근시간이 지났어요. 주변에 하교하는 대학생들이 가득했고요.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버스 안에 울렸어요. 연희 3거리를 얼마 앞둔 그즈음이었을 거예요.
전화가 와요. 모르는 번호로요. 살짝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받았습니다. 그렇죠. 예상은 들어맞아요.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예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오늘 회식이에요. 회식인데… 어디쯤이세요?"
퇴근시간이 20분 지났어요. 회사를 나온지도 18분쯤 지났고요. 한마디 말도 없다가 퇴근하는 사람에게 회식이래요. 이런 과정이 이 곳에선 낯설지 않은가 봐요.
회식에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데요. 퇴근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회식이라며 사람을 오고 가게 만들어요. 핸드폰을 봤지만 분명 2017년인데 말이죠.
집에 다 왔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시 전화가 와요. 집이 멀지 않으니 돌아오래요.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네요. 얼이 나가서 2~3초 말을 잃었어요. 전화를 건 직원도 느꼈을 거예요.
"못 간다고 전해주세요. 대표와는 내일 제가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회식을 거부하고 집에 와서 이력서를 썼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어요. 지난주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갑작스레 '따라와'라는 제스처라니.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 시간이 되는대로 대표실로 갑니다. 일자리 같은 건 아무래도 어때요. 좀 더 사람다운 일상을 영위하고 싶은 거, 그거 하나 보고 기자도 그만둔 것을요.
까라면 까는 식으로 살고 싶진 않아요.
저는 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