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by OIM

3일을 내리 쉬었다. 연휴 마지막 날 짬을 낸다. 침대에 앉아 랩톱을 펼쳤다. 이렇게 쓰는 일도 오랜만, 브런치도 오랜만, 쉰다는 기분도 참으로 오랜만. '여유'란 게 이토록 옳은 것인가 싶다.


4월은 '이사'로웠다. 중순에 이사를 가야 해서 3월 말부터 방을 알아봤다. 늘 그렇듯 마땅한 방이 없었다. 그나마 찾던 전세 방은 내 키에 아슬아슬한 면적을 자랑했다. 복도에 나와있던 건조대들의 사정이란 게 그랬다. 기지개를 펴기 어려운 방. 하지만 그것마저 건물에서 하나 남은 거라고, 중개보조원이 말했다. 서울에선 얼마를 벌어야 집을 구할 수 있을까. 모여있는 청춘들에게서 씁쓸함을 얻어왔다. 원래 내 것이었을지도 모를 그것 말이다.


어찌 됐든 집을 얻었다. 이전 방의 2/5 크기다. 압축적으로 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며 내심 자기 위로를 일삼았지만 생각보다 생활이 나쁘지 않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냐'며 환경이 바뀔 때마다 물음이 답을 구해온다. 그 많던 짐도 정리하고 보니 살만하다. 솔직히 3주 정도가 지난 지금은 혼자 살기 적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 집은 조금 넓었으려나.


여전히 연희동.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사를 혼자 했다.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지만 비용은 절감된다. 차에 짐을 싣고 세 번가량 옮겼다. 이전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 높이를 십수 번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진 빠진다'는 말이 어디서 비롯됐을까. 이사 도중에 몇 번이나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새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점인데, 있어도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지쳐버렸다.


새 집을 평하자면 '최악은 아니다'랄까. 집 곳곳에 '낡음'이 묻었다. 근데 수압이 엄청 세다. 뜨거운 물이 거의 즉각적으로 나온다. '집, 별로네'라고 말하기 애매하단 이야기다. 바닥 마감이 별로라 틈틈이 벌어졌는데 벽과 천장 도배는 새로 한 듯하다. 방이 엄청 좁은데 베란다가 있다. 유틸리티가 애를 먹이는데 주인집이 굉장히 신속히 수리해준다. 개미가 나온다. 즉 바퀴벌레는 없단 말이겠지. 연대 가는 길목이라 조금 시끄러운데 이중창을 닫으면 상쇄된다. 남향이라 해가 강한데 담배 냄새도 종종 들어온다. 이런 식.


이케아에서 책꽂이를 샀다. 이것저것 얹을 수납장도 사 왔다. 카트에 싣고 다니는 게 조금 재밌더라. 둘 중 하나는 조립에 너무 애를 먹여 재미가 반감됐다. 그래도 설치하고 보니 잘했다 싶다. 가성비 좋게, 이사 갈 때 버리고 가야지. 사실 사고 나니 딱히 수납할 건 없지만 공간박스도 9개짜리 구입했다. 가쯔 제품인데 전동드릴이 없다면 6개짜리나 그 이하로 사는 걸 추천한다. 나사 돌리다가 손에 물집 잡혔다. 뭐 그렇다.


4월은 이렇게 이사로 시작해 이사로 마무리됐다. 정신없었다. 집을 떠나고 새로운 곳에 정착하며 한숨 돌렸지만 이사로 인해 체력이 바닥났다. 가라앉은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나 직장인은 온전히 쉬어주기가 어려운 감이 있다. 매일 조금씩 체력을 비축하다 보니 어느새 5월이다. 집도 생활도 안정기다. 새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일기를 쓴다는 건 그런 여유의 발현이다. 커피가 달다.


KakaoTalk_Photo_2019-05-06-13-11-28.jpeg
KakaoTalk_Photo_2019-05-06-13-11-38.jpeg

이사 직후(좌)/어느 정도 정리를 마친 모습. 지금은 가구도 들어와 훨씬 정갈해졌다만, 힘들었다 진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