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05 출근길서스픽션

by OIM
국회, 의원회관 2층 카페.


평소보다 15분 일찍 나왔다. 일찍 출근하겠다고 상사에게 말해둔 탓이다. 여유롭게 걷고, 시간 맞춰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가 돌았다. 평소 가던 길(연세로 명물거리)을 막아둬서 직행하는 길을 우회한 거다. 여기서 7-8분 까먹었다.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지하철이 안 온다. 지하철 전광판의 아이콘도 멈춰있다. 플랫폼에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홍대입구역 신호 지연으로 앞차와 간격이 많이 벌어져 죄송하단다. 그래서 열차가 붐비게 됐다고. 랩탑이 든 가방과 카메라 가방을 들고 있는 나는 고역이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역에서 또 시간을 5-6분 까먹었다.


그 결과 평소와 같은 시간에, 뛰어서 출근하게 생겼다. 억울하다. 노력이 결과를 보장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항상 그렇게 흘러가진 않는다. 출근길 몇 분 일찍 나오는 일처럼 노력이라 부르기 어정쩡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마음 놓고 내달려 목적을 이루려는 건 어떤 면에서 순진한 바람이다.


이 같은 노력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과 함께 떠나가버린다는 사실과, 일부 순수함을 간직한 이들만이 성장과정에 얻을 수 있는 욕망과 버무려 그 습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니 노력의 밀도와 성취의 빈도를 두고 실천보다 셈법이 우선하는 걸 욕할 건 없다. 우리는 그렇게 경험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이 글을 적는 지금 원래대로라면 15분 전에 지났어야 할 곳을 지나고 있다. 이왕 늦어버린 거 무슨 소용이냐 싶지만 미련은 특정인을 우대하지 않는 법. 이 와중에 노약자석에 앉으려는 할주머니는 그 앞에 선 내 골반 아래쪽을 한 손으로 잡고 밀친다. 바지 주머니가 달린 그 앞쪽에 손을 댄다. 30대의 건장한 청년도 이러면 놀란단 말이지.


"하지 마세요" 이 한 마디를 못해 몸을 배배 꼬았다. 사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지 판단이 안 섰고, 할주머니를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어쨌든 오늘도 무사히 출근길을 돌파해 회사에 도착했는데 그것만으로 감사한 아침이 될 수 있도록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오늘은 금요일이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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