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체험기

스테레오 타입: 금융사기단 검거/계좌 포함/검찰 등

by 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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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다 있다.


"000 씨 되시나요?" 수화기 너머로 내 이름이 들린다. 나를 아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낯설다. 그가 내게 '검찰'이라고 소개한 탓이다. 무려 "제 검찰청"이란다. 나는 검찰에 아는 이가 없다. 특히 "제 검찰청"은 듣도 보도 못했다. 고로 '너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나는 반쯤 단정 지었다.


"김용식이라고 아시는 분이냐"고 묻는다. '안다'고 답하려다가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아 "모른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를 검거했는데, 관련 사건에 내 우리은행과 농협 통장이 포함됐단다. 심지어 "검찰 측"에서 입수했단다. '제 검찰청' 수사관이 갑자기 상황을 객관화해버린다. 벙쪘다. 무엇보다 그가 말한 내 우리은행 통장에는 돈이 1원도 없고, 농협은 주택청약통장이 전부다. 무엇이 어떻게 연루됐길래 검찰에서 연락을 다 줄까.


바쁜 아침에 전화받으러 사무실을 떴다가 이런 쓸 데 없는 일이란 걸 깨닫자 조금 언짢았다. "관할 검찰청과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려달라"고 물었다. '뚜..뚜....뚜.....'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말하는 중인데 끊는 건 아니잖나.


수단이 너무 스테레오 타입이라 놀랐고, 이렇게 어설퍼도 피해자가 발생한다는데 또 한 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수습기자로 경찰서 돌 때 보이스피싱에 당해 600만 원을 송금했다는 할아버지를 봤다. 신고하러 오신 분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는데 그게 나한테도 올 줄이야. 내 번호 공유재 무엇.



다음은 보이스피싱 통화 전문.

- 본인 / = 피싱 측


- 여보세요?

= 네, ㅇㅇㅇ씨 되시나요?

- 네, 맞는데요.


= 네, 안녕하세요. 연락드린 곳은 제 검찰청 김훈 수사관입니다. 통화 가능하세요?

- 네네.


= 예, 다름이 아니라 000 씨와 연루된 명의도용 사건이 접수가 돼서 확인 전화 차 연락드렸어요.

- 아, 네...

= 예...


= 혹시 김용식이라고 아시는 분이세요? 김. 용. 식?

- 아니요.

= 김용식 씨 모르시고...


= 김용식 관련해서 얼마 전에 저희 검찰 측으로 김용식 필두(?)로 인한 금융범죄 사기단을 검거한 상태인데, 그 검거 현장에서는 신용카드와 대포통장들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000 씨 명의로 된 농협과 우리은행 계좌가 포함이 돼 있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린 거예요.

- ... 죄송한데, 관할 검찰청이랑 담당 검사 누군지 좀 알려...

= (뚜... 뚜....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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