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틀리지 않았다

보듬으며 하루 마감

by OIM

차분하다. 냉담하다. 냉정하다. 또렷하다. 분명하다.


한바탕 마음에 태풍이 지나갔다. 낮에 있던 일이다. 말이 안 되는 내용으로 글을 엮는 일. 글쓴이랍시고 내 이름을 발치에 다는 일.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로 마음이 상했다. 다친 마음은 쉽게 낫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마음 다스리는 법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짜-잔' 하고 괜찮아지진 않지만 '짜-안'하게 바라볼 줄 안다. 스스로를 보듬는 법을 천천히 배워간다.


아까는 화가 났다. 무엇에 화가 났나. 아마 내게 화가 났을 터다. 상사에게서 나를 봤던 탓일까. 거울을 보고 화를 내는 개처럼 나는 속으로 짖어댔다. 낯선 모습. 십 년 뒤 내 모습은 당신처럼 낯설까.


상사는 자기 일을 했다. 조직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여전히 조직에 유효한 일을 한다. 관리하고 지시하는 일이다. 내 삶의 절반 정도 기간을 여기서 일한 그는 조직의 이해를 그대로 담고 있다. 나는 다만 그것이 맞지 않는다 하여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 없다. 자본의 직설. 지식 덩어리를 얼기설기 엮어 글 깨나 만드는 일로 이백 하고도 수십만 원은 후한 편이다. 잘 쓰지 않아도 좋다. 순종적으로 조직에 녹아드는 인재가 아마도 필요하리라. 혹자는 '사회성'이라고 부르는 띠지를 제 몸에 두르길, 조직은 바라 마지않을 게다.


아아. 인재여.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가성비를 그대는 조직에 보여줄 수 있겠나. 하오. 하이. 예스 아이 캔. 조직과 내가 눈이 맞은 그 순간 나는 아마도 이렇게 답했으리라. 실제와 조금 동떨어진 기억은 각색을 입은 아름드리나무다. 조직에 대한 애정은 그때로부터 전혀 자라지 못했다.


때마침 오늘자 노컷뉴스 기사를 보면 퇴사율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퇴사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평균 퇴사율이 17.9%로 나타났다고. 특히 입사 1년 차 이하 퇴사율이 절반(48.6%)에 육박했다는 점은 퍽 흥미롭다.


이직 사유로는 이직(41.7%), ‘업무 불만’(28.1%), ‘연봉 불만’(26.2%), ‘잦은 야근 등 워라밸 불가’(15.4%), ‘복리후생 부족’(14.8%), ‘상사와의 갈등’(14.6%) 등이 꼽혔는데 나한텐 해당사항 없다. 다만 퇴사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27.1%가 선택한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함' 항목이, 내 경우엔 '회사의 비전' 말고 '내 비전' 문제라 하겠다.


읽고, 쓰고, 다만 건강하기를 바라는 그게 지금 여기 없다. 어쩔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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