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불만 있음

(상대적으로) 잘하는 게 죄냐?

by OIM
KakaoTalk_20190903_134315296.jpg 하늘이 감성으로 폭발하던 날


1.

가끔 가치 판단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화가 날지 말지, 그래야 하는지 아닌지 애매한 상황이다. 어제 이런 유형의 일을 겪고 생각나서 쓴다. 대체로 이렇다.


- 세월호 스티커 붙인 차량이 ‘칼치기’ 할 때

- 만원 지하철에서 어르신에게 자리 양보한 분이 내 (서있는) 자리 빼앗으려 할 때

- 연로하신 할머님/할아버님이 새치기할 때


어제는 버스 안에서 누가 내 발을 세게 밟았다. 버스가 흔들리며 균형을 잃자 디딤발을 디뎠는데, 내 발 위로 디딘 거다. ‘쿵’ 소리가 났다. 아픈 건 둘째치고 발을 밟은 상대가 너무 빨리 사과를 해서 놀랐다. 거의 소리와 동시에 “죄송합니다”를 들었다. 뇌가 아프단 사실을 미처 인지하기 전에 사과 먼저 들은 상황. “아, 네...”부터 하고 아팠다. 머쓱타드...



2.

‘멀티플레이어가 살아남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기자를 그만두고 몇 번이나 마주한 그 느낌, 싸하다. 이거 참, 수지 안 맞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는 글을 쓴다. 보통 글쓰기 능력으로 입사한다. 근데 이상하게 글 쓰면서 사진 찍을 일이 종종 생긴다. 한 번 찍고 나면 대체로 ‘사진’은 내 일이 된다. 조직의 ‘사진 일’이 내 업무가 돼 버린단 말.


이번에도 그렇다. 자연스레 회사의 사진 업무는 내게 돌아온다. 단체 행사가 있어도 ‘사진’은 늘 내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사진을 찍으라’는 지시에 대한 거부권이 사라진다. A 씨는 안내를 맡고, B 씨는 매대 정리를 하지만 ‘너님’은 오늘도 사진 찍으라는 거다.


이해한다. 조직 입장에서 이왕이면 더 나은 결과물을 내려는 마음이 있을 거다. 그럼에도 ‘잘하니까 네 업무’라는 불특정 다수의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비롯되는 건지 모르겠다. ‘너는 근육이 많은 편이니 무거운 짐은 네가 나르자’는 말을 들을 때와 비슷한 불쾌감이 속에서 피어오른다.


무거운 짐은 낫다. 테이블을 정리하거나 안내를 맡는 일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시키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가질 법하고 또 매번 그렇게 시키지 않는다. 그 불합리성에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 덕분이다.


사진은 다르다. ‘그 정도 일’ 취급당하기 일쑤다. 폰으로 사진 찍는 정도의 수고로움을 예상하는 듯하다. 사람에 따라 오히려 쉬운 일 취급도 당한다. 그렇다면 반문해보자. 왜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행사 사진 한 건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씩 비용을 쓸까.


수고롭다. 조명과 색온도에 맞춰 낭비 없는 적절한 사진을 찍는 일은 매 컷마다 신경을 써야 한다. 목표에 따라 틈틈이 렌즈도 바꿔주고 동선도 알아야 한다. 얼마나 찍을지, 누구를 찍을지 이 모든 것들이 고려사항이다.


힘들다는 내색을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두어 가지다. “사진 찍는 게 힘들다고?”라거나 “일하기 싫어서 저런다”는 식이다. 어느새 나는 당연히 사진(을 상대적으로 잘 찍으니까) 찍어야 하는 사람이 돼 있다. 거부는 게으름 따위로 강변된다. 대체 언제부터.


입사 때 일언반구도 없다가 늘 이렇다. ‘네 일은 요정도고, 급여도 요정도’라는 말을 듣고 입사했다가 어느 순간 내 일이 늘어있다. 더 해야 하는 일이나 남보다 잘하는 일에 대해선 “규정이 그렇다”며 추가 보상이 주어지지 않지만, 이를 거부하면 마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 취급이다. 다른 사람은 못 찍어도 원래 그렇다, 너는 잘 찍으니 잘 찍는 사람이 하라는 식.


사진 일을 조금 했다. 그래서 찍으면 어느 정도 결과물을 낸다. 이른바 ‘행사 사진 뛴다’는 사람 흉내는 낼 줄 안다. 이 사람들의 페이가 시간당 10~15 정도 거나 몇 장 제공에 15만 원 또는 최소 출장비용 20만 원, 이런 식이다. 기업 행사는 이틀간 80만 원 식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비싸서 못 부르면서 그에 준하는 사진을 찍어오는 일을 너무 ‘허드렛일’ 취급한다. 무가치하게 본다.


“알아서 찍어달라”거나 “대충 몇 컷 찍어달라”는 말도 던진다. 그럴 거면 자신이 찍거나 자기 부서 사람에게 지시하면 될 일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사진을 남겨야 할지는 주관 부서가 훨씬 잘 안다. 말 그대로 “대충 찍어”도 될 일이면 폰으로 찍거나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된다. 그럼에도 사진 찍기 곤란하단 반응을 보이면 되려 빈정 상해한다. 나는 왜 이런 영문 모를 배타성을 매번 내 잘못인양 감내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사진 업무를 받았다. 하란다. 태풍이 온다는데 사진은 또 내 몫이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사진 찍으면 1.5배 정도 더 힘들다. 체력적으로만 그렇다. 행정지원이나 행사 안내 같은 업무는 애초에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솔직히 거의 공무원 급여 주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길 바라는 건 좀 양아치 아닌가 싶은데 대놓고 말은 못 해서 여기다 쓴다.


덧) 사진 업무 외 추가 지시가 있었지만 “나는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번에 비슷한 업무를 한 뒤 힘들어서 육성으로 욕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내 정신건강을 위해 맺고 끊는 일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덧 2) ‘중간만 하라’는 군대 격언이 사회에 고스란히 통용되는 듯한데 기분 탓인가 싶고...


덧 3) 출판사 편집자 뽑아놓고 영상편집할 줄 안다며 회사 행사 때마다 영상 찍어서 만들게 해 봐라. 열 받나 안 받나..


덧 4) 이런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보면 타인의 일에 대한 민감도는 조직생활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고?



3.

브런치와 다르게 제품 리뷰 등을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써놓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블로그에서 소액씩 수익이 난다. 클릭할 때마다 금액이 적립되는 광고수익인 듯하다. ‘이걸로 돈이 벌린다고?’ 같은 생각으로 열어놓은 블로그가 어느새 6달째. 총수입은 46,000원 정도다. 평균 7,500원씩 벌어들인 셈. 원래 전자책 단말기 리뷰를 시작으로 ‘리디 셀렉트’ 구독료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에 준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리셀을 구독하는 건 또 아니면서도 뭔가 목적은 이룬 것 같아 뿌듯한 감이 있다. 개장 초기에 12,000원이 벌린 반면 근래 4,000원만 들어올 때도 있고 들쭉날쭉하다. 딱히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시도 같다.



4.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복도에 담배냄새가 가득했다. 누군가 계단에서 창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운 모양이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뒤 처음 벌어진 일이니 분명 근래 이사 온 사람의 소행일 터다. 우리 층을 중심으로 최근에 이사 온 사람 중 흡연자를 추리면 용의자는 명확해진다. 하지만 누구도 갈등은 원하지 않겠지. 상황이 악화되면 참다못한 누군가는 불편한 건의 따위 해볼 테지만 그때까진 참는 수밖에. 세상 흉흉하니 복도에서 담배 필 정도면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닐 것 같고 눈앞에다 담배 뿜어대는 상황만 아니면 일단 지켜보자는 주의. 몇 년 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흡연 피해는 항상 일방적이다. 흡연자의 담배 어택에 비흡연자들은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 늘 피하거나 참거나 둘 중 하나네:( 왜 이런 구조가 됐지?



5.

2번과 관련된 일화.


“나는 왜 행사 때 (사진 외) 다른 일 안 주냐” 물었더니 “그러면 사진은 누가 찍냐”고 반문한다.

“다른 사람이 찍어도 되는 거 아니냐” 말했더니 “이상하게 찍으면 (위에서) 뭐라 하는데!”란다.

“작년이나 재작년 사진을 보면 그리 잘 찍으려고 한 것 같지 않던데요?”라고 했더니 대답이 없다.

“사진 찍는 일 힘들다”고 말했더니 “대충 찍으란”다.

결국 그냥 네가 찍으란 말.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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