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고백
*200302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평소처럼 마음 놓고 돈을 쓰지 못하게 됐다. 잦던 외식도 줄었다. 퇴근 후 집에서 밥을 먹고 자리에 앉았다. 노곤했다.
계획에 없던 단잠에 빠졌다가 11시쯤 깼다. 괜스레 체력을 문제 삼아 본다. 집안을 가볍게 치우고 커피를 탔다. 두 팩짜리 우유를 사다 놓은 탓에 의무적으로 커피를 소진한다. 언제부턴가 우유를 커피에 타 먹는 음료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다른 형태로 소비하는 일이 부쩍 줄었다.
일어나서 마신 커피가 긴 밤을 선물했다. 심지어 내일부턴 재택근무 체제다. 여러모로 밤을 맞을 준비가 하나둘 갖춰지며 책상 앞에 가부좌를 틀었다. 랩탑을 켰는데 허튼짓만 하고 있다.
그러니까, 할 일은 여럿 있다. 외신에서 아이템을 찾는다든가 메일함에 들어찬 유의미한 자료를 읽는 것 등이다. 통계 공부도 해야 하고 내일 아침 발제 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허나 홀로 있는 새벽이 그런 짓을 쉽게 허락할 리 없다며 서점을 뒤졌다.
근래 얻은 도서문화상품권이 있었다. 그 사실이 생각의 방 한 구석을 자꾸만 긁어대서 써버릴 수밖에 없다. 다른 곳은 배송료가 붙어서 무료배송을 해주는 '알라딘'을 이용했다. (유용) <아무튼, 하루키>와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로 결정. 이번엔 하루키 특집이라며...
책을 찾는 과정에 몇 권 더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라든가 <책갈피의 기분>, <식사에 대한 생각> 등이 그것인데 끝까지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책값을 20%까지 할인해 주는 어플이 있는데 그보다 나은 구입 루트를 찾지 못한 탓이다. 방법을 찾다가 시간을 보냈고 아침이 다가오고 말았다.
*200303~
비몽사몽으로 아침을 맞이해 발제도 엉망진창이다. 그 와중에 잠은 쏟아지고 아이템은 잘못 냈다 싶다. 잠시 졸다가 다른 아이템을 찾았다. 조금 더 덩어리가 크고 깊이 있는 기사. 그만큼 품이 드는 탓에 오늘 밤은 잔업이다.
집에서 야근함...
이라던 친구의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친구는 이미 재택근무 2주 차고...
어쨌든 야근과 무관하게 카페에 나왔는데 좋은 결정 같진 않다. 인터넷이 느려 필요한 사이트가 버벅거린다. 기사 각을 잡았는데 진척이 없다. 일은 못하고 브런치 쓰는 이유와도 닿아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은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한다. 시국이 이렇지만 돌아다니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최근 반전세를 고려하다가 전세로 전향했는데, 월세(에 드는 비용)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기회비용을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한쪽의 절약이 다른 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상반기엔 굵직한 이슈가 몇 가지 있다. 이사가 첫 번째고 건강이 두 번째다. 체력도 문제지만 몸 자체가 저질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외신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요한 목표로 통계(파이썬)를 잡았는데 하반기엔 이를 활용한 기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달은 좀 더 날카로운 글을 쓰는데 주력하고, 시간을 알차게 굴리는데도 집중해보자. 어제 "(글/기사에) 날카롭게 찌르는 맛이 없다"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익히 아는 사실을 타인에게 들으면 더 아픈 그런 거 있잖나. 기사는 (누군가에게) 불편하거나 유익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지점에서 타협하긴 싫은 거지. 그래서 전처럼 주변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글빨도 늘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둘 중 하나만 돼도 준수하지만 대부분 하나가 되는 사람은 다른 것도 잘 하더란 말이지.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책을 조금 읽어야겠다. 집안을 치우고 기사를 써야지. 어서 빨리 '제보받는다'라고 이곳에 쓰고 싶은데 아직은 부끄러워 망설이는 중이다. 글에 자신감이 찰 때쯤 이곳에서 맺은 인연도 지면에 소개할 수 있길 바라본다.
... 뭔가 자아성찰 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