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

일하기 싫으면 글을 쓰지

by OIM

루틴.

일하기 전에.


1. 날이 많이 풀렸다. 금방이라도 개구리가 땅 밑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실제로 그런다면 자리를 피하고 말겠지만 그 정도로 따뜻한 날씨다. 목도리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괜스레 짐만 늘 뻔했다.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끄적끄적 쓰고 있다.


2. 오늘의 메뉴는 햄&루꼴라 올리브 샌드위치랑 쿨라임 피지오. 편집장이 준 쿠폰이 있어서 모처럼 비싼 걸로 시켜먹었다. 아침에 발제하면서 커피 한 잔 하고 하고 나왔더니 그게 메뉴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오랜만에 샌드위치 시키면서 배운 건데, 스벅에서 샌드위치 고를 때 '콜드(cold)'라고 쓰여있는 건 차게 먹는 거란다. 데워주지 않으니 고를 때 포장지를 살펴보면 된다.


3. 집에서 나오면서 그런 기사를 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 시행했더니 다들 스벅(카페) 가서 일하고 있단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에 대한 시사점이 담긴 글 같던데 도입부만 읽다 말았다. 의외로 남의 기사는 잘 안 보는 성격이라.


4. 내가 기사를 클릭해 본 건 나도 스벅에 나가려고 각 잡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해도 되는데 지금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났다. (아마도.) 어제부터 쌩 찬물이 나온다 싶더니 이럴 것 같더라. 세수만으로도 손이 시려 씻다 쉬다 하는데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팠다. 이렇게까지 찬 물에 씻는 일은 또 상당히 오랜만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샤워까진 못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방금 책이 도착했다고 문자가 와있다. 언박싱 하러 가고 싶고 막.


5. 월요일부터 마스크 구해보려고 공영 홈쇼핑도 기다리고 몇몇 웹도 죽치고 있었는데 하나도 못 샀다. 누르는 족족 품절이거나 사이트에 진입조차 못 했다. 네이버 스마트팜 스토어는 새로고침을 하도 했더니 아이피가 걸렸는지 한동안 접속창이 안 떴다. 그렇게 한 사흘 실패하고 나자 도대체 마스크는 누가 사는 거냐며 구시렁거리기 시작했고, 날 잡아 우체국에 줄 서러 갈까 갈등하고 있다.


6. 오늘은 3일째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원래 하루 쓰고 버리는데 재택근무라 회사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어서서 돌려쓰는 중이다.


7. 어제 데이터 보고 분석 기사 쓰려다가 대충 각 안 나오는 글 하나 내지른 게 있는데 그걸 보고 한 선배가 통계 배울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감사한데 부끄럽고ㅠ 대충 한 달 보름치 자료를 보고 거기서 경향성이나 특징을 읽어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자료가 너무나 방대해서 소화할 수가 없었다. 꾸역꾸역 시간에 기대 쳐냈다가 음...


8. 통계를 읽기 전까진 데이터 분석 자제해야겠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너무나 안 나온다.


9. 어젯밤 방을 보러 갔다. 연희동이라 가까웠다. 이 정도면 준수하다며 계약하려고 뛰어갔는데 희한하게 옵션 중 냉장고가 없었다. 그러니까 세탁기, 에어컨, 신발장, 가스레인지 다 있는데 "냉장고만 가져오시면 돼요"라고. "냉장고만" "냉장고만" "냉장고만" ... 가기 전까진 얼추 다 있는 줄 알았다. 하필 냉장고가 없다니. 냉장고가 없다면 옵션이 있다고 보기도, 없다고 보기도 애매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화장실 창문이 복도 쪽으로 나있다. 내 키 정도면 밖에서 보일 높이라 갑작스러운 실망 2 연타에 계약하려던 마음이 달아났다. 이 방 구하려고 방 빼는 시기까지 앞당겼는데 어쩔.


10. 희한하게 저렴한 방이 하나 있다. 넓은데 저렴하다. 구옥이라 쳐도 전세로 이렇게 저렴한 게 가능한가 싶다. 방을 인터넷에 올리는 분도 조금 특이한 게, 지난해 여름부터 글을 올리면서 거듭 사진을 올릴 줄 모른다며 글만 올리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사진을 요구하고, 글쓴이는 사진 없다고 글마다 답변하는 상황. 전세자금 대출을 묻는 댓글엔 '이 방이 비싼가요?'라며 반문한다. 안 나가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넘겨짚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근데 세입자 구한다는 글을 거진 6개월 넘게 올리고 있는 걸 보니 내 짐작이 맞는 듯?


11. 이사철도 다가오고 집 이야기로 빠졌으니 잠시 사족을 달아보자면, 집주인을 정말 잘 만나야 한다. 자취 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거의 복불복 수준의 집주인을 만났더니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20대 후반엔 계약기간이 끝났는데 3주가 넘도록 보증금을 주지 않아 언제쯤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내가 니한테 빚졌어? 빚졌어 인마? 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이 어디..."라는 소리를 들었다. 방을 뺐는데 3주 넘도록 기다리란 말만 하길래 "혹시 그럼 언제까지 주실 수 있는지라도 알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저런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 채 집주인의 무례만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또 다른 집주인은 세입자 집에 무단으로 드나들다 나한테 걸려서 변명을 했다. 다른 부분은 비교적 괜찮았는데 '계약'이란 걸 너무 허투루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자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싶기도 하고...

이번 집주인도 나갈 때가 되니(그전부터 그랬지만) 비번을 알려달라며(이미 알려준 바 있지만) 부동산에 내놓을 텐데, 말인 즉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나는 이게 집 가진 사람들의 특징인지 권위의식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왜 이러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제는 화나거나 이런 부분보다 정말 궁금한 지경이라 왜 이러는지 얘기를 좀 해보고 싶다. 아마 화내겠지만.

오늘 집 나온 이유도 사실 이것과 관련이 깊다. 안 씻고 일하는데 갑자기 누가 들어올까 봐.


12. 다시 돌아와서 얘기하면, 올해도 차량 보험 계약 시즌이 돌아왔는데 지난해보다 보험금이 10만 원가량 더 떨어졌다. 역시 무사고 최고.


13. 오늘은 안경을 바꿔 쓰고 나왔더니 조금 산뜻한 느낌. 저녁엔 취재원 만나야 하니 조금 사회인인 척해본다. 이제 일 좀 집중해서 치고 5시 전후론 나갈 준비 해야. 빨리 하고 책 읽을 시간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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