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4

비몽사몽

by OIM

시국이 시국인지 지하철에 사람이 없다. 그 와중에 특징적인 점은 탑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거다. 서른 명 남짓이 타고 있는 한 량 내의 마스크 착용률은 약 90%.


아침에 밤새고 급하게 나오면서 마스크를 못 구했는데, 들리는 편의점마다 마스크가 없어 회사까지 옷 속에 얼굴을 파묻고 출근했다. 마스크가 없을 때 오는 어떤 불안함보다는 나만 안 낀 데서 오는 이질감이 심하게 들었다. 정말 마스크 한 장이 없어서 오는 감정이란.


확실히 밤새면 머리가 덜 돈다. 사고가 유연하게 안 되고 반응속도가 떨어진다. 목도 약간 잠긴 거 같은데 코로나 19는 아니겠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정신상태를 붙잡으며 정치평론가 선생님께 멘트를 부탁드렸는데 너무나 흔쾌히 해주셔서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내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구원이란 게 있다면 아마 사소한 기쁨의 형태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여 기록해둔다.


잠을 못 자서 머리를 감았는데도 머리가 부스스하다. 기분 탓인지 이게 은근 어울리는 것만 같고... 목욕 후 거울을 볼 때의 몽환적인 시야가 머릿속에서 밤낮으로 지속되는 중인가.


내 뭔가 잠 못 잔 이의 디버프를 상쇄하고자 비타민과 단백질 등을 아침에 먹고 나왔지만 생각만큼 썩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조금, 자고 싶은 마음만 타다 남았다고 쓰는 와중에 좌석 대각선 맞은편 아주머니가 마른기침을 두어 차례 내뱉는다. 에취나 켈록 수준이 아닌데 이거?


자리 옮길까...


내릴 때가 다가오니 아주머니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낼부터(사실 오늘부터) 마감 기간이라서 읽어야 하는 책이 많아졌다. 읽고 싶은 책을 못 읽는 슬픔이 이런 데서 온다. 미리 읽어야 하는 것을 미뤄놔서 뭐라 할 말은 없다만 상황이 괜히 아쉽고.


근데 아침에 15분 동안 1호선이 안 와서 기다리며 생각한 건데, 신천지 예배당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한 감염 속도가 그러하다면 출퇴근 지하철은 정말로 괜찮은 건가. 어떤 의미에서 근래 가장 도전적인 일들을 아침저녁으로 반복하는 것 같아.


오늘은 특별히 몸이 물 먹은 솜 같으니까 이품 삼선 짬뽕 한 그릇만 삼켜볼까나.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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