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

봄날이 왔는데

by OIM

# 거주지 이전

연희동 번화가 중심지 근처에 살다가 외곽으로 왔다. 거리로 따지만 1km 남짓 떨어졌다. 걸어가도 금방이고 버스를 타면 3 정거장 안팎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체감도는 거의 시골과 도시 수준으로 크다. 무슨 이야기냐면, 중심지에 살 땐 매일 저녁 외식 생각으로 가득했다. 들어가는 길에 맛집이 즐비한 탓이다. 100미터 내외에 메뉴도 다양했다. 그래서 월세는 상대적으로 저렴했지만 지출이 많았다. 지금은 어떨까. 중심지에서 멀어진 만큼 지출이 없다.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면 주변에 상권이랄 게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인가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신촌역에서부터 하지 않으면 외식 같은 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혹은 그렇게 마음을 먹더라도 사러가 마트 근처에서 내려 음식을 사서 1km 정도를 걸어와야 한다. 그중엔 언덕도 있어 과거처럼 집에 가는 길에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쉽게 먹지 못한다. 그런 배경이 결국 지출 감소로 이어져서 평일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감소했다. 월세를 그만큼 더 내지만 어쩔 수 없이(?) 집밥을 먹게 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고무적인가?



# 하루 1/3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출근하면서도 길에 쓰는 시간이 많다. 출퇴근이 은근히 번거로운 탓이다. 최악의 경우 버스-버스-지하철-지하철 식으로 환승을 해야 한다. 탔다 내렸다를 3번 이상 반복하는 셈인데 이게 의외로 시간을 잡아먹는다. 때문에 빠를 땐 40분 안쪽으로 시간을 끊을 수 있지만 여차 하면 1시간까지도 출퇴근 시간이 늘어진다. 그러니 대략 몇 분이라 예상하고 집에서 나서면 여지없이 출근이 늦어진다. 연희동과 연대 구간은 3년 전부터 꾸준히 헬 구간이고, 통행량이 많은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쉬운 것 또한 어쩔 수 없으니 불편할 때마다 이렇게 적어서 서대문구민의 아쉬움을 온라인에 알린다.


아참,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길에 시간을 쏟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거. 철 지난 수사처럼 몇 년 전부터 적어오던 이야긴데, 의무가 아닌 일을 여가 시간에 해내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듯. 그래서 수많은 책에서 그렇게 당연한 이야길 해대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 일을 해낸 사람이 실제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뻔한 이야기도 모두 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게 되는 거겠지. 여하튼 이사 온 후에도 나름 안락한 집에서 책상까지 갖췄지만 저녁 시간을 별로 생산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



# 선관위

중앙선관위에 물어볼 게 생겨서 공보팀에 전화했는데 퉁명스러웠다.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는 데다 한창 바쁠 때니 그러려니 싶지만 이걸로 또다시 이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까 타인에게 친절을 맡겨둔 것도 아닌데 왜 친절을 바라게 되는지, 친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왜 기분이 나쁜지. 무의식에 내재된 이런 생각들이 사회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드러나면 언젠가 예상치 못하게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조심하곤 있는데 잘 안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신과를 찾아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떠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내가 떠든 말에 대한 대답을 매뉴얼에 따른 이야기 말고 다른 형식으로 들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런 이유로 정신과 상담? 에 어느 정도 품이 드는지도 모르겠고 비용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렇게 적어만 둔다. 사실 이런 이야기 하면서 망설이는 내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 아니겠나.



# 선거전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출근길에 매일 선거운동하는 분들을 만난다. 오늘은 명함도 받았다. 공약이 적혀 있었다. 미래 통합당 의원이었는데 거의 반 민주당 공약이었다. 이 정도로 극명하게 온도차를 보이면 유권자 입장에서 판단하기 용이하지만 거의 서로가 서로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기조를 부정하는 셈이 돼 버리니 집권여당이 바뀔 때 국정 전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비용들은 결국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의 민주제의 재미가 그런 데 있는 거 아니겠냐며 긍정하면 말이 또 다르지만 아침마다 고생한다 싶다. 재외국민 투표율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일전에 취재하면서 들었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말이 현실화될 듯해 선거 결과가 궁금해진다. 물론 다른 분들은 선거를 미뤄야 한다는 얘기도 하시던데 이 시국에 대의 민주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되면 그 방안도 고려는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굳이 선거가 아니더라도 요즘 상춘객들을 보면 코로나가 재 확산될 것 같지만 선거로 인해 그런 조짐이 보이면 선거 연기론을 주장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지 싶다. 물론 기록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이 나온다면 선거 강행에 대한 책임론도 어디선가 기어 나올 듯. 선거도, 여론도 혼전에 난전이고.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에다 업이 업인지라 마냥 팝콘만 튀기고 앉아있을 순 없어서 이것 참...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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