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을 땐 플랫화이트, 매뉴팩트 연희동.
# 담배
방안에 담배냄새가 올라온다. 나 같은 비흡연자는 이런 냄새가 심히 불쾌하다. 때때로 냄새가 심하게 날 때는 목이 아플 정도인데, 인과를 따질 수 없는 이런 문제에 물리적 고통이 수반되는 일을 좀처럼 수긍하기 힘들다. 또한 나는 수긍하기 힘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기에 요즘 생활이 쉽지 않은 편이다.
화장실엔 냄새가 올라온 지 오래다. 그래서 환풍기를 끈 일이 거의 없다. 끄면 다음날 아침 화장실이 담배냄새로 가득 차 있다. 어디서 올라오는 냄새인지 모르겠다. 역류 방지 댐퍼라는 게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달아볼까 하다가 '월세 내고 사는데 별 노력이 다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쳐 그만뒀다. 쉽지 않다.
며칠 전엔 자려고 누웠는데 담배냄새가 올라왔다. 무슨 구조적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방 안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몇 차례 생각하다가 그날은 그렇게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방에서 베란다로 나있는 문을 여는데 베란다에 담배냄새가 가득했다. 밤이라 베란다 창문을 닫아놔서인지 냄새가 안 빠졌다. 곧바로 환기시켰지만 찝찝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이사 오면 한 번씩 이런 일을 겪는 것 같다. 대학 때부터 자취를 했더니 주변에 흡연자만 없어도 반쯤은 성공한 이사라고 보게 됐다. 부디 좋은 이웃을 만나길 바라며 집을 옮기지만 이 부분만큼 대책 없는 일은 없다고 본다. 어느 동네, 어떤 집으로 가든 이웃이 있고, 개중에 감당하기 힘든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집안이나 남의 집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부탁한다거나 타일러도 듣기 만무해서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때가 많다. 때문에 흡연/비흡연 거주지를 나누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요즘은 담배냄새나는 날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 시작해서 양이 얼마 안 된다. 누진제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집주인에게 말할 계획이다. 그것도 안되면 찾아가 볼까 한다. 그전에 비흡연자인 내가 흡연자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 중이다. 집에서만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이 간단한 소망을 연도 없는 타인에게 방해받아서야 원.
# 침대
얼마 전 허리가 아팠다. 사진기자 바닥에 발을 담근 이후 허리 통증이 심화됐다. 수습 당시 굉장한 요통에 시달렸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참아낸 기억이 있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에겐 푹신한 곳보다 딱딱한 바닥이 좋은 자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바닥에서 지냈다. 근데 매트라고 할 것도 없이 이불을 깔고 잤더니 딱히 허리에 좋다는 느낌이 없었다. 찾아보니 역시나 너무 딱딱한 곳도 별로라는 글이 나온다.
침대를 샀다. 오늘 도착했다. 기사님이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셔서 회사에 재택근무를 부탁했다. 일을 하는 도중에 침대가 왔고, 1.5층 남짓의 계단을 올라오는데 기사님이 함께 들어주셨다. 내심 매트만 놓고 가면 이걸 어떻게 올릴까 고민하던 찰나여서 감사함이 더했다.
방 한쪽에 침대를 설치했다. 일체형 침대라 발통을 끼웠다. 조심조심 침대를 세우고 가구 배치를 일부 다시 했다. 침대가 잡아먹는 공간만큼 방이 좁아진 기분이지만 잘 때만큼은 전과 같지 않을 듯하다. 지금은 다소 냄새가 나는 면이 있어 이불을 깔지 않고 방치 중이다. 새 제품 냄새라고 할까. 오늘 밤은 담배냄새와 침대 냄새를 함께 맡으면서 잘 생각을 하니 어딘가 아찔하기도 하고.
# 산지
집 근처에 산이 있다. 연대 근처니까 관계자들은 아마 알 거다. 그래서인지 이사 올 때 "모기가 많다"는 말을 집주인이 해줬다. 산 근처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땐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근데 최근에 모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날이 많이 풀렸구나 느낄 새도 없이 모기가 인사부터 했다. 귓전을 맴도는 소리가 들리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다.
하루는 앉아서 글을 쓰는데 발 많은 벌레가 빠른 속도로 방에 난입했다. 와- 할 틈도 없이 휴지로 응전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사실 바퀴벌레인 줄 알고 너무나 놀랐는데 돈벌레(그리마)였다. 태어나서 집안에서 돈벌레를 본 건 또 처음인데, 산 주변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니 충격이 완화됐다. 그럴 수 있다고 몇 번 뇌까렸다.
전날 돈벌레를 못 잡고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가구 뒤로 들어갔다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새벽 5시 다 돼서 잠든 이유도 여기 있다. 부엌 불을 켜놓고 잔 이유도 마찬가지다. 피로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회사를 다녀왔는데 문을 여니 귀뚜라미 같은 게 뛰었다. '꼽등이구나' 했다. 전날 돈벌레 찾아본다고 이것저것 찾다가 꼽등이가 귀뚜라미와 흡사하게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돈벌레를 보고 난 뒤로 그리 놀라지 않았다. 나는 에프킬라를 가져와 꼽등이에 분사했다. 혹여 도망칠까 봐 한 번씩 위치를 확인했다. 치이익- 가스가 나오는데 구석에서 돈벌레가 몸부림쳤다. 주변에 있다가 엄한 데서 고통받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꼽등이부터 잡는데 돈벌레도 함께 가스(기름)에 절어버렸다. 그렇게 벌레 대전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 책상에서 책 보는데 옆에서 '따가가가가각' 소리가 났다. 사이즈가 제법 있는 벌레가 기어갈 때 나는 소리 있잖나. 우측을 돌아보니 창문틀을 넘어 거대한 바퀴벌레 같은 게 기어 나왔다. 엄지 반 마디만 한 크기였다. 짙은 흑색의, 그런 벌레.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갑작스럽게 일어서서 휴지를 찾았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얼마나 휴지를 뽑아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손에서 꿈틀대는 느낌을 느끼기 싫었다. 한동안 벌레의 움직임을 보는데 바퀴가 아니고 거미였다. 나는 이렇게 거대한 거미가 어디로 들어왔나 불안해하고 있는데 내 기척을 느낀 이놈이 창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인터넷 선 연결한다고 창틀에 뚫은 구멍으로 냅다 튀었다. 몸을 구겨 넣고 바둥바둥거리는데 너무 검정 검정하니까 그것마저 무서웠다. 일단 휴지로 구멍은 막았는데 산지(?)라서 그런가 스케일이 다르다 싶었다. 나도 어릴 때 뒷산에서 곤충 잡고 놀던 짬바가 있는데 집안에서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