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

빈털터리

by 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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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니 재택근무니 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제법 된다. 전처럼 회의할 때도 마스크 쓰는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고, 군중들의 마스크 착용 비율 또한 압도적으로 낮거나 높지 않다. 이 와중에 꿋꿋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답답한 감이 있다. 길거리엔 벚꽃이 만연하고 사람들의 옷은 한결 얇아지는 등 거리가 봄기운으로 가득한데도 여전히 눈으로 숨 쉬는 분위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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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1호선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지하철로 들어서는데 입구에 선 사람들이 자신에게 걸리적거렸나 보다. "죄다 폰만 들여다보고 있네. 그 속에 뭐가 있다고..."라며 역정을 내셨다. 그리고 "공부를 그렇게 했어봐라"라고 덧붙였다. 이를 테면 '구시렁' 거린 건데 그 소리가 너무 컸다. 하는 일이 일인지라 나는 문득 폰 보는 행위와 공부랑 무슨 상관일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폰 보는 사람들의 학창 시절 학습량도 천차만별일 것 아닌가. 메시지의 시비를 따질 겨를도 없이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어서 또다시 사고가 이런 식으로 흐르는구나 싶었다. 습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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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면서 이제는 도보로 지하철역을 갈 수 없는 거리까지 왔다. 할 수 없이 아침에 버스를 탄다. 새삼 연희동-연대 정문 구간의 교통체증을 실감한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날도 교통량에 따라 늦어지는 일이 생긴다. 가령 출발하려는 버스를 뛰어와서 잡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 뒤에 또 사람이 붙으면 버스가 주춤거리다 신호에 걸려버린다. 신호를 통과하지 못한 버스는 운이 없으면 다음 신호에서도 걸리는데, 그럴 땐 마음 편히 '늦겠구나' 한다. 가끔 심할 때는 신호등과 신호등 사이를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신호마다 다 걸리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아예 빨리 나와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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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한층 넓어졌다. 구조가 잘 빠졌다고 보는 게 맞다. 'ㄷ'자라서 독특한데 전보다 집에서 '걷게' 됐다. 고시원과 고시텔이 다른 개념이라 생각하고 고시텔에 1년 살았더니 여러모로 힘들었다. 개인 성향과 관련 있겠지만 집안에서 좀처럼 몸을 움직일 공간이 없다는 건 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은 공간박스와 책장을 배치하고, 책상도 한쪽으로 뺐다. 그 결과 조금 거대한 'ㄷ'자 형태의 공간이 나오면서 자는 공간과 부엌 사이에 8~10걸음 정도 거리가 생겼다. 책상도 독립적인 공간으로 구성하려다 보니 파티션처럼 쓰게 됐는데, 책장을 일종의 문처럼 설치했더니 빙~ 둘러서 책상에 앉게 된다. 엉덩이가 무거운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처럼 커피 타거나 과자 가지러 간다고 부엌을 들락거리는 사람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불편함을 통해 엉덩이에 무게를 더해보려는 게 배치의 취지라지만 적응 못 하고 위치를 옮겨버릴까 걱정이다.


방향도 남향이라 아침이면 햇빛이 떨어지는데 길게 들어올 땐 방 중앙까지 빛의 잔상이 남는다. 창문 앞엔 벚꽃나무가 자리해 지난 주말부터 벚꽃이 한창이다. 물론 나무를 찾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긴 하는데 그마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별난방이라는 점이 너무 좋아서... 내 마음대로 방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편리함이라니.


여러모로 생활상을 쇄신하다 보니 소비를 다소 주체하지 못했다. 관리비에 유선 비용이 포함된 덕분에 티브이도 질러버렸다. 모처럼 철물점을 찾아 동축케이블도 사고, 랩탑과 연결할 HDMI 케이블도 구했다. 영화는 물론 티브이를 보려면 또 소파가 필수 아니겠냐며 소파까지 주문한 상황.


어제는 인터넷을 설치하고 바닥에 앉았는데 문득 '과하다' 싶었다. 전처럼 침대 아니면 침대 앞밖에 앉을 곳이 없던 방이 아니라서 그런가 넓어진 공간에 적응이 안 됐다. 앉은자리에서 고개를 드니 왼쪽에 책상(의자), 우측 앞에 식탁(의자), 좌측 끝엔 소파 자리, 나는 지금 좌식 테이블 앞. 갑자기 늘어난 선택지에 곳곳을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좀 많나?' 싶은 생각이 즉흥적으로 들었던지라.


+) 공간박스와 책장, 책상 등을 배치하며 인테리어에 이렇게 무지하구나 느꼈다. 모두의 집에 나오는 것처럼 막 예쁘게는 안 되는 게 속상해서. ++) 식물만 들이면 된다 이제. +++) 복비와 티브이 등 생활 집기, 차량 보험료, 그 외 소비 등을 더하니 한 달 급여가 거의 다 날아갔다. 개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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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실검 기능이 당분간 중지된다. 총선 때문이라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익을 감소시키는 게 어딘지 꺼림칙하다. 일을 벌이는 이와 피해를 감수하는 이는 왜 별개의 주체여야 하는가 뭐 그런 생각. 사고 치는 사람이 있으면 래쉬 백이 생겨 사고 안 치는 사람들이 이를 감당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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