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

새벽에 시작해 아침에 끝내는 글: 아무 말 대잔치

by OIM
다이어리.jpeg 볼만한 책이나 영화가 눈에 띄면 적어놓는 편.


새벽에 깼다. 모처럼 일찍 잠든 탓이다. 피자를 먹었더니 배가 불렀고, 그게 잠으로 이어졌다. 먹고 눕지 말라고 했지만 무척 졸렸다. 소식을 이어가던 요 근래 습관이 과식에 대한 면역을 떨어뜨렸나 보다.


오전 4시에 쓴다. 쓰기 좋은 시간이라고 혹자는 말했다. 내가 쓰는 이유는 딱히 그런 데 있지 않다. 얼마 전 읽은 <임계장 이야기>를 정리하다가 지루해졌고, 네이버 바이브(Vibe)로 음악을 듣다가 일기까지 도달했다. 결국 이것 쓰다가 저것 쓰는 셈이라 별 차이는 없다.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생겼다. 비가 한참이던 장마철을 운 좋게 집에서 보낼 수 있었다. 조금 뒹굴고 또 잤다. 시간을 '허비'했고, 이제 다시 뭔가를 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한 1~2주간 그런 마음가짐이다.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섣불리 일을 시작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머리 굴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다.


그만둔 직장은 사실상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려는 마지막 시도였다. 다녀본 곳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이었고 영세했다. 기존에 몸 담았던 크고 작은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쓰는 자유를 상대적으로 보장받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큰 곳일수록 시스템이 개인의 의사(행위)를 결정짓는 경향이 강했다면, 작은 곳은 결정권을 가진 개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내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기사를 쓰라고 거듭 지시하는데 조금 질려버렸고 데스크는 내게 "이상이 지나치게 높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데스크나 선배 위치에 있는 이들의 말을 반박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그렇게 내 뜻을 관철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갈등을 싫어하는 편이었고, "(데스크의 지시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데?"라고 답하는 타사 기자들의 동조 속에서도 어쨌든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쌓인 자괴감이 더 이상 언론사는 가지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여담이지만 퇴사를 며칠 앞두고 내가 주도적으로 끌고 간 기사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패널이 주장하는 근거 자료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준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도 (대면 인터뷰한다고) "굳이?"라는 이야기를 데스크에게 들었다. 해당 취재원과 나는 4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날 취재한 내용은 기사에서 비판하는 지점의 주요 근거로 활용했다. 기사에 대한 데스크와 나의 지향점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요즘은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쓴다. 샀던 물품의 리뷰를 쓰고, 서평을 준비 중이며 영화평도 쓴다. 하루에 하나씩 쓰자고 다짐은 하는데 사람을 만나는 날은 어김없이 글쓰기를 미루고 만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잠정 중단한 건 한 유튜버의 영향이 컸다. 출간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튜버는 다듬어진 글이라는 콘텐츠가 사실상 포털에 무료로 제공되는 현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그래서 글을 수익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 브런치는 출간 작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브런치의 무용성(?)을 포함한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콘텐츠에 광고가 달리는 환경에 '글은 원래 무료일까' 한 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글의 가치를 자문하게 됐으며 '수익화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다시 네이버 블로그를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


유튜버는 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정도 꼽았다. 출간을 통한 인세와 작가 위치에 오른 뒤 노릴 수 있는 강의료, 리뷰를 통한 체험단이 그것이다. 1~2번은 현재 내게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 뒤로 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블로그 리뷰였다. 그래서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가 있었다. 한 상품에 대한 리뷰를 4개 주제로 나누어 블로그에 게재했는데 가장 대중적인 주제의 조회수가 천 단위로 뛰었다. 상품 자체의 대중성이 높지 않아 폭발적인 조회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게재 직후 검색 상단에 블로그가 노출됐다.


이 때문인지 평소에 블로그 대여를 권하던 스팸성 쪽지와는 달리 한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가 메일을 통해 리뷰를 의뢰해 왔다. 비싸지 않은 소소한 제품이지만 상품을 제공할 테니 리뷰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꽤나 즉각적인 시장 반응(?)에 기분은 좋았지만 제안은 거절하는 걸로 일을 마무리했다. 애초에 내가 리뷰를 써야겠다 마음먹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광고성 리뷰 때문이라 그렇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정보를 찾느라 네이버에서 검색한 적이 있는데 상당수 제품의 블로그 글이 광고성이었다. 한 4개 블로그를 눌러봤는데 이 모두 블로그 말미에 상품이나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쓴 글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쓸모없는 리뷰에 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 언짢았던 기분이 직접 리뷰를 쓰게 했달까.


어제는 블로그 포스팅 대행업체라는 쪽지를 또 하나 받았는데, 기존 쪽지와 다르게 개인 연락처까지 적혀 있었다. 포스팅으로 인한 월 수익을 300에서 500만 원까지 맞춰주겠다고. 블로그를 방치할 때 왔던 숱한 쪽지에서 제시한 금액이 60~150만 원 선이었던 것을 보면 블로그도 활동량이나 지수에 따라 포스팅 단가 상승이 있는 게 아닌가 웃픈 지점이다.


이런 활동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즉효성 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실은 작년에 한창 전자책에 꽂혀 관련 글을 썼을 때도 한 달에 만 원가량 광고 수익이 들어왔던 적이 있어서 글로 인한 돈벌이가 처음은 아니지만, 그때는 딱히 수익을 염두하지 않아서 부수적 결과물 정도로 여겼다. 지금은 회사(조직) 타이틀을 벗어던진 내가 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시도하는 도전적 차원이고.


하루 글 한 편을 목표로 당분간 리뷰와 서평, 영화평을 병행할 예정이며 리뷰는 수익+정보성, 나머지는 읽을만한 글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사실 취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기사는 거의 무료로 제공되며 수신료는 수십 년째 동결 중인 사회 환경에서 회사를 등에 업지 않고도 글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게 허황된 생각 같지만, 그 탓에 언론/방송사들이 기업(광고)에 수익을 의존하는 것처럼 낙과 정도는 나도 바구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매일 쓰는 것부터가 도전에 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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