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것들
스타벅스에 와있다. '이 시기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맞다. 이 시기에, 굳이 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늘은 도시가스 검침 예정일이다. 건물 현관에 검침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필요한 일이지만 '굳이 이 시기에?'라는 생각을 나도 했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검침원과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낯섦을 피하고 싶었다.
나왔는데 갈 데가 없었다. 돌아다니기엔 날이 너무 더웠다. 때마침 폭염경보 알람이 떴고, 날씨 탓인지 코로나 탓인지 길거리에 사람도 적었다. 그 공백을 매미가 울음으로 대신했다. 바야흐로 여름이라는 듯 울어댔다. 처서도 지난 이 시점에.
그래서 오게 된 게 카페다. 집에서 가깝고 덜 비싼 곳. 생일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카드가 있어 비싸지만 덜 비싼 이곳으로 왔다. 커피머신을 구입한 뒤 카페 비용을 부쩍 쓸모없는 지출로 여긴 탓에 몇 천 원 단위 커피값이 아까워졌다. 마지못한 방문이란 얘기다.
카페에 사람이 거의 없다. 스타벅스에, 특히 이곳에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연희동에 4년 살면서 거의 처음 보는 광경이다. 거의 비어있는 덕분에 모두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마스크는 모두 쓰고 있다'라고 적으려는 찰나, 귀에 마스크 한쪽만 걸치고 있거나 그냥 벗고 이야기 나누는 분들도 보인다. 그러하다. 겸연쩍어 사족을 붙여봤다.
글을 마무리하면 홍대입구역으로 간다. 인바디 체중계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적다 보니 어쩐지 유동인구 많은 곳을 골라 가는 것 같지만 오해다. 하이마트가 거기 있어 할 수 없다. 거기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 있는데 지류 상품권은 온라인 이용이 제한된다. 근 두 달간 묵혀두다가 모처럼 외출한 오늘 겸사겸사 사 오려는 일정이다.
저녁엔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선 책을 한 권 읽을 계획이다. 자전거 타는 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건강이란 걸 조금 체계적으로 관리해보려는 중이다. 자전거를 타고나면 거의 녹초가 되는 탓에 의자에 앉으면 졸기 일쑤지만 튼실한 허벅지에 상쾌한 아침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자전거의 좋은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제천을 달려 한강 자전거 도로에 이르고, 가양대교 방면으로 종종 라이딩을 가는데 어제는 지는 해를 맞이했다. 인적이 드문 잔디밭에 한 명씩 자전거를 세우고 앉아 해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지 그리웠다. 익숙한데 잊은 것만 같은 일상을 떠올리게 했다. 이를 테면 무용한데 아름다운 것들 말이다.
요즘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유가 별로 없다. 무심함이 타인을 향한 송곳이 되는 날들이다. 만남은 줄고 온라인은 날 선 말들의 향연이다. 뉴스는 언제나 그러하듯 사회의 암부를 조명하고, 자신의 안위와 공동체의 존립은 의무처럼 다가온다. 웃을 일도, 웃음을 공유할 일도 줄어버린 세상에 일몰의 궤적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보고 나면 종종 해를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내가 원래 무엇을 좋아했는지 이 건조한 일상에야말로 떠올리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