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나님은 힘내주세요
생각의 길을 연다고 하루를 다 썼다. 오늘까지 넘겨야 하는 글이 있었는데 시한을 놓쳤다.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 업무적으로 실패했다.
덕분에 온종일 마음이 조급했다. 쫓기는 사람처럼 편의점에서 밥을 먹었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라도 하고 싶었는데 마감을 앞둔 활자 노동자에게 카페가 웬 말이냐.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땐 단 것을 찾는다. 그게 국룰이라는 걸 어디선가 본 듯하다. "헤이즐넛 라테 따뜻한 거 한 잔 주세요." 맨날 아메리카노만 찾다가 외도를 시도했다. 손에 들린 온기에 마음이 누그러질 뻔했다.
호로록, 호로록. 커피를 마시는데 맛을 잘 모르겠다. A에서 B, B에서 C 등 글의 구성을 이리저리 짜 맞춘다. 근데 하나도 말이 안 되네? 튜브 끝을 눌러서 쥐어짠 치약처럼 나오다 만 생각의 덩어리가 빈약하게 도열했다.
'이건 못 내겠다.' 마감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낮추고 낮춰서 글에 대한 타협점을 복숭아뼈 언저리까지 끌어내렸는데 도저히 밟을 수는 없는 그런 기분 있잖나. 내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내가 못 견뎌서.
결국 눈치를 보다가 엮지 못한 글을 갖고 집으로 왔다. 자료를 찾는다고 열어놓은 웹페이지만 41개.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심경이 불편하다. 사실 불안에 가깝다.
잠 온다. 열일 할 거라고 뼈해장국을 먹었으니 배도 부르다. 각성을 위한 카페인(커피)은 이제 딱 3잔째다. 최적의 환경을 위한 난방은 하품을 유발한다. 자꾸만 눈물이 고이는 게 어째 좀 심상찮다.
'끝장이다.' 잠들면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걸 알면서도 브런치를 열고 일기를 쓴다. 구태여 변명하자면 뇌 주름에 윤활유를 칠하는 중으로 하자. 자동차도 1분 정도는 예열에 쓰지 않나.
목표시간 오전 4시. 그 안에 탈고까지 하자. 문장은 단문으로, 군더더기는 가차 없이 뺀다. 그래도 경력직이니 너무 궁색하지는 않게. 적당한 피로를 등에 업고 출근할 수 있기를 3일의 내가 4일의 내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