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밤샜다. 1시간 30분 잤으니 꼴딱 샌 건 아니다. 기사 쓴다고 그랬다. 오전 4시 마감을 목표로 했는데 근처도 못 갔다. 예상 시간을 50% 이상 초과한 오전 6시 30분 랩톱을 덮었다. 잘까 말까 갈등하던 시간이다.
생각보다 더 걸렸다. 안 다뤄본 분야라 그렇다. 출입처를 새로 받은 셈인데 초반엔 다들 고생길을 예약한다. 출입처를 받은 지 1주일이 안 됐다. 그럼에도 월급은 나오니까 글도 나와야 마땅하다. 기획 기사를 내기로 했다.
짱구를 굴렸다. 좌우 전후 어디로 굴려도 각이 안 보였다. 리드도 방향이 잡혀야 운이라도 틔운다. 밤이 깊어 오는데 당최 나아갈 기미가 없었다. 크롬에 열어놓은 창은 40여 개에서 60여 개로 늘었고 컴퓨터도, 내 머리도 버벅대기 시작했다.
2시쯤일까. 한 줄기 떠오른 생각의 끈을 잡고 단문으로 실타래 엮듯 기사를 써내리기 시작했다. A는 B고 B는 C이며 C는 D이다. 어설프지만 나름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4시 기사의 절반 정도가 완성됐다. 밤새는 보람이 있다며 졸린 눈을 껌뻑댔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청,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사 보고서, 타매체 기사 등 다양하게 데이터를 긁어모았다. 말보다 수치로 주장을 부연하고 싶었다. 기사에 객관성을 담보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배웠다. 눈이 빠졌다.
6시 동이 트기 시작했다. 어두움의 채도가 어딘지 옅어진 듯 아침을 알렸다. 눈이 감겼다. 잘까. 출근을 두 시간 앞두고 고민을 시작했다. 기사는 나름 구색은 갖춘 듯 풍채를 뽐냈다. 문장 늘리기 따위 없이도 분량은 충분해 보였다.
1시간 30분 자고 출근했다. 애널리스트, 정부 관계부처 담당 팀장, 유관 기업 등 멘트도 받았다. 일부 인터뷰이는 흥미로운 주제라며 향후 관련 스터디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역시 밤 새길 잘했다고 그때 다시 확신했다.
해가 머리 위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기울기 시작한 오후 어느 때쯤이다. 마침내 기사를 송고했다. 그리고 나는 회의실로 불려 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