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때 기억이 메타고통 만드는 듯
모더나 백신을 맞은 지 11시간 지났다. '얀센 때처럼 앓으면 어쩌나'와 '의외로 안 아프면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교차 중이다. 그러던 중에 찾아온 고통의 전조가 어딘지 불안하다. 우측 뒷골이 살짝 아프다.
얀센 때 워낙 많이 아팠다. 군대에서 장이 꼬여 허리를 못 폈을 때 이후로 가장 큰 고통이었다. 두통에 잠들지 못했는데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더니 식은땀이 뻘뻘 났다. 그 와중에 몸살기로 거동이 불편했고, 누웠더니 호흡이 가빠 와식 생활도 불가능했다. 약발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고통이 심해졌고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땐 폰에 119를 찍어놓고 상태가 호전되길 기다렸다. 그런 상황이 이틀간 지속됐다.
모더나는 주사 맞는 느낌도 안 났다. "하나도 안 아프네요?" 했더니 "그렇죠? 얀센이랑 비교하면 하나도 안 아파요"라고 주사 놓는 간호사가 말했다. 접종 자체는 찰나에 끝났다. 다만 의사와의 대담이 기억에 남는다. 접수대의 간호사가 얀센 때 아팠던 증상을 의사에게 얘기하라고 그러길래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아플 수 있어요"라고 의사가 말했다. 어딘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느낌이라 입을 닫았다.
경험이란 무섭다. 타이레놀 한 통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한 번 데인 탓이다. 먼저 맞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별 증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레놀을 미리 먹었단다. 진통제를 미리 먹었으니 진통이 없을 수밖에. 얘기들을 들으면서 증상이 없는 것과 증상을 못 느끼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예상보다 무난한 후기들에 마음을 놓았다.
근데 불편하다. 뒷골이 지끈거린다. 얀센 때도 이랬다. 오후 두 시쯤 주사를 맞고 아프기 전에 잤다가 새벽 한 시에 고통스러워서 깼다. 오늘은 한 시에 맞았으니 자정 전후가 고비다. 타이레놀과 물컵을 머리맡에 뒀다. 먹고 잘까, 아프면 먹을까 갈등 중이다. 죽도 사놨다. 아프면 체력이 달리니까 잘 먹어야 한다며 저녁도 듬뿍 먹었다. 하도 먹어서 입천장이 까졌다. 의욕 과잉은 희한한 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얼마 전에 이사 온 아랫집 세입자는 소렌토에 친구들을 태워 와 파티 같은 걸 열었다. EDM 따위를 틀었는지 아랫집에서 윗집으로 층간소음이 올라왔다. 베란다는 담배냄새에 점령 당해 쓸 수도 없었다. 굉장히 자유분방한 사람이 오고야 말았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칼칼할 정도의 바지락 칼국수가 당겼다. 문제와 해결책과 내 바람 사이에 별다른 인과가 없어 보이는 건 백신의 영향이 큰 탓이다.
이제 곧 열두 시, 기로에 선다. 아플 것인가 말 것인가 나도 좀 궁금하다. 지금 상태라면 선전하는 축에 속한다. 그래도 6월에 얀센 한 번 들어갔다고 면역체계가 마냥 허둥대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나만 허둥대지 않고 잠들면 되는데 자다가 깨는 게 싫어서 경과를 살핀다. 밤이면 어쩐지 시간이 늘어지는 게 고통도 늘어질까 약을 쥐었다 폈다 한다. 평온한 밤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