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흡연 빌라에 살고 싶어
서울 연희동에 한 빌라가 있다. 이 빌라는 비흡연자만 거주할 수 있도록 건물주가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거주자들은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 비흡연자인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별다른 증명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는 동안 흡연을 하지 않으면 된다. 총 12세대로 구성된 빌라는 비흡연자만 받아온 덕분에 흡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이웃 간 다툴 일이 없었고 담배 냄새의 원인도 외부에서 찾으면 됐다. 이 독특한 제한은 역으로 세입자를 불러 모았다. 코로나 시국에도 계약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운 좋으면 들어갈 수 있는 빌라'라는 별명도 붙었다. 건물주는 비흡연자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이 같은 발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피해자로 살 수밖에 없던 울분이 자본과 만나 비흡연 빌라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다. 그는 "흡연 문제는 당하는 쪽이 늘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 문제에 가깝다"라며 "적어도 자기 집에서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 맡으며 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 꿈꿨다
꿈 한 번 꿔봤다. 윗글 이야기다. 한 달여 전 이사 온 아랫집 세입자가 워낙 담배를 피우는 탓이다. 이전 세입자는 화장실에서 흡연을 해서 1년여간 욕실 환풍기를 켜놓고 살았는데 이번 세입자는 베란다를 주 무대로 삼았다. 이사 직후 흡연실처럼 변해버린 우리 집 베란다를 보다가 마지못해 주인집에 얘길 꺼냈는데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아랫집 세입자가 이제는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새벽에 담배 냄새를 맡으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기분은 불쾌한 수준을 넘어섰다. 가끔 자려고 누워 있는 동안에도 담배 냄새가 올라오는데, 늦게 자거나 새벽 일찍 일어나면 아랫집에서 흡연 중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비흡연자가 흡연자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이사 날만 기다리고 있다.
# 관전을 멈추기로
가뜩이나 안 하는 SNS를 더욱 줄이는 중이다. 기껏해야 사람들 포스팅이나 구경했는데 그마저 힘에 부친다. 대선날이 다가오면서 모두가 투사처럼 변해버렸다. 주변인들 대부분 언론계 종사자라 그런지도 모른다. 옳고 그른 일을 습관처럼 재단하는 업계의 단면이다. 사람들이 내뱉는 메시지는 분명 맞는 말인데, 때때로 이성적인 것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여기저기서 논리가 부딪히고 피아가 갈린다. 이 과정에 감정싸움이 뒤따른다. 사람을 다양하게 사귀지 못해서 그런가 하다가 신경을 끊기로 했다. 정보 과잉에 감정 과잉은 여러모로 피곤하다. 그럴 수 있는 환경에서 그러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 조타수가 되어
일하던 분야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력만 벌써 몇 년째다. 사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선회력을 얻으려고 하니 지지부진하다. 한 발을 걸치거나 어중간하게 엇나간 방향으로 가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고 적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뭐라도 얻으려는 시도는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고 이번 일이 잘 되면 후속타도 노려볼 만하다. 그때까지 부단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 정도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지난 몇 년 동안 체득했다. 나아갈 때다.
# 하체는 코타츠
이제는 쓸 일이 없을 거라며 코타츠에 달린 접착 스티커와 나사를 해제했다가 다른 데 달라붙는 바람에 재사용이 어렵게 됐다. 그 탓에 이번 겨울은 하체를 찬 공기에 노출해야 했고 수족냉증에 걸린 사람처럼 저 체온으로 아침저녁을 보냈다. 하지만 기온이 영하권으로 진입하면서 외풍도 적잖이 위세를 떨치게 됐고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하던 나머지 우격다짐으로 코타츠를 재조립했다. 탁자에 고정을 못 하니 발을 뻗을 수 없고 난방 강도도 '중'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데 담요를 덮어두니 적잖이 따뜻해서 만족감이 크다. 이제 책상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떠는 저녁은 없다.
# 미라클 모닝
유난히 이른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미라클 모닝'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나도 생산성을 높여보겠다고 4시에 일어났다. 나 같은 야행성 인간에겐 대단한 도전이다. 일어나자마자 일리 커피에 우유를 넣고 꿀을 조금 타서 라테를 만들었다. 어둑한 방에 스탠드를 켜고 하반신을 코타츠 속에 집어넣었다. 찬 공기 속에서 몸이 따뜻해지자 옛날 토론토에서 겨울을 처음 맞이했을 때가 떠올랐다. 눈은 펑펑 내리는데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하는 법이 없었다. 정류장에서 벌벌 떨다가 집에 가자마자 노곤해져 쓰러지듯 잠든 적이 있다. 인생에 호시절을 꼽으라면 그때쯤을 떠올릴지 모른다. 오늘은 이석원 작가의 <2인조>를 읽고 글을 한 편 쓸 예정이다. 장을 보고 반찬도 만들어야 한다. 계획처럼 생활이 되면 좋겠다고 적으면서 생각해본다. 뭐든 의지의 문제가 아니겠냐만 겨울은 유난히 의지에 박한 계절인 것 같다. 일도 생활도 엉망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뭐라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