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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Feb 04. 2022

소소한 2월

실은 불타오르고?

1. 장 보러 마트에 갔다가 비피더스 요구르트를 한 묶음 집었다. 가격표를 보니 '12개입 0,000원'이라고 돼 있었다. 비쌌다. '그래도 명절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마시는 제품은 잘 안 사지만 설을 기념하는 셈 쳤다. 근데 넣고 보니 16개들이 한 묶음이었다. 미끼상품이라고 직감했다. 다시 빼려고 제품을 들었는데 포장지에 '12개입'이라고 적힌 게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12개입' 가격표 앞에 16개입 제품을 진열해뒀는데, 16개입 제품의 포장지엔 12개입이라고 적혀있는 거다. 이중 트랩?



2. 300만 원짜리 G사 핸드백을 맨 분이 가장 저렴한 요구르트 제품을 담아가는 걸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도 200만 원짜리 랩탑을 사면서 비피더스에 바들바들 떤다.



3.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니 확실히 평소에 안 읽던 분야의 책을 읽는다. 이를 테면 자기 개발서나 '~해도 괜찮아' 같은 에세이 류다. 한정적인 재화로 책을 사다 보니 우선순위는 매번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쪽이었는데 빌려서 보니까 장르를 안 가린다. 특히 자기 위안류의 글은 정말로 금방 읽기 때문에 사는 일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나마 접하게 된 건 구독 서비스의 장점이다. 하지만 나는 항마력이 바닥을.. 슉 슈슉.. 치는 편이라 더 이상은 무리 같기도... 실은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위로 받지 못하는 편.



4. 전자책 분야는 협소한 시장 규모 탓인지 희한하게 구매자보다 판매자의 입김이 쌘 분야 중 한 곳이다. 그래서 DRM이라는 것으로 저작권을 지키면서 구매자의 권리를 보장할 방법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돈을 주고 콘텐츠(전자책)를 사도 구입한 플랫폼(앱)이 아니면 콘텐츠를 볼 수가 없다. 심지어 해당 기업이 망하면 그간 샀던 책들이 모두 날아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보통 날아가지만 다른 업체가 망하는 기업을 인수해서 기존 소비자의 소유권을 보전해주는 운이 따른다면 책을 살릴 수 있을지도...) 그러니 소비자는 값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장기간 빌리는 셈인데, 종이책의 생산이나 유통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할 때 현행 가격들이 적절하게 책정돼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가격 자체는 종이책보다 저렴한 편(중고 종이책=전자책, 비등)이라 나 같은 사람들은 전자책을 사고야 말고, 그 과정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예스24'로 안착했다는 그런 글. 초록색 배경과 자동 스크롤 기능이 큰 역할 했다.



5. 지인 중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학원도 다니고, 개인적인 비용도 쓰며 꾸준히 자신의 관심 분야를 개척하는 형이 있다. 언젠가 내가 "형은 그래도 어떻게든 하고 싶은  하네요?"라고 했을  형이 그러더라. "그거 아나? 하고 싶어 하는 거랑  일을 실제로 하는  사이가 진짜 멀더라. 이까지 오는데 0 걸렸다." 어제 불현듯  말이 떠올라 헬스장을 6개월 끊었다. '코로나 끝나면' 부적처럼 품고 다니다가 그냥 질렀다. 약속도 줄이고 헬스장도 쉬면서 고향에도 가지 않았건만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인다. 그렇게 운동을  것도 3년째다. 헬스가 생계의 문제는 아니지만  해보고 싶은  있어 올해   해보려고 굳이 회원권을 등록했다. 어제 형의 말을 떠올리고선, 어차피 의지가 있으면 약수터에서라도 운동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미쳐서 당장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시도를 해야 실패나 성공도 따르겠지.



6. "벌써 올해의 1/12이 갔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나이를 먹는다는 건 아마 사소한 것에도 놀랄 준비를 해나가는 게 아닌지. 별것 아닌 것들이 생에 의미를 가질 때 나는 전보다 조금 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구나 생각해본다. 그게 어쩔 땐 내 나이테를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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