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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Mar 23. 2022

절반의 미라클

굿모닝

너무 맛있다. 근래 최애.


"올해도 벌써 4분의 1이 가버렸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에서 뉘엿뉘엿 해가 지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다. 언제나 다짐으로 시작하는 연초를 충실하게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런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였다. 시간은 빠르고 나는 늘 한 발 늦다.


어제도 전기장판 위에 몸을 뉘었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특별히 피곤한 건 아닌데 어딘가 지쳤는지 모른다.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할 일을 조금 찾다가 침대에 눕는다. 원룸의 단점이라 쓰고 싶지만 나약한 의지가 원인인 걸 나는 잘 안다. 방의 개수가 많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자문해봐도 어이없을 정도로 답은 안 나온다. 십수 년 간 반복한 생활 의지가 쉽게 개선될 리 없다.


아침엔 대게 5시에 깬다.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이라 부르는 것을 시도 중이다. 그래서 5시와 6, 이후 15 단위로 알람을 맞췄다. 대략 9 정도다. 오늘은 7 45분쯤 눈을 뜨고서 뭐하러  짓을 반복하나 했다.다소 차가운 공기 속에 얼굴을 내놓고 미라클을 향해 입맛을 다셨다. '방이, 추워서 그래' 속으로 나를 다독였다. 알람의 끝선에 맞춰 씻는 행위에 직장인 대부분의 합의가 있다.


일이 대게 그렇다. 의지를 표명하는 것만으론 실행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근래 산 책들도 테이블과 책꽂이, 가방 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시간 나면 해야지'와 '시간 내서 해야지'는 어쩌면 자석의 양극단처럼 멀리 있는 게 아닌지 새벽마다 생각한다. '일어나야지'와 '근데 참 따뜻하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면서 말이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의지란 대게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자기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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