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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Mar 28. 2022

"You might a dick"

'I might be...'

기술자의 삶은 고단하다. 재주가 많으면 굶어 죽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근래 와서 하게 됐다. 재주가 많지도 않은데 그나마 하나 있는 기술이 발목을 잡으면서 억울한 모양새가 연출된다. 어째서 기술이 과업이 되어버렸는지 정리가 필요하다.


'할 수 있으니 하라'는 요구가 이제는 익숙하다. 따지고 보면 수습 때도 그랬다. 사회부를 도는데 사진부 데스크가 "너는 혼자 할 수 있지?"라며 사진기자를 보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찍고 써서 기사와 사진을 둘 다 송고했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까 적잖이 억울하다.


이번 회사도 그렇다. 면접 당시 "글 쓰는 일로 입사하는데 사진 일을 언제나 제가 하게 되더라고요. 일단 한 번 찍으면 그 뒤론 제 일이 되어버려서…"라고 포지션의 부당함을 호소했더니 '우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근데 몇 달간 포토그래퍼의 얼굴도 못 본 채 사진을 내가 찍게 되면서 부아가 치밀었다.


장비를 들고 다니거나 찍어서 결과물을 내어놓는 일을 글 쓰는 일의 부수적인 작업 정도(대수롭지 않게)로 여기는 숱한 사람들의 태도에 질린다. 물론 이런 추궁을 받으면 '그런 적 없다'라고 항변하겠지만 나만 글과 사진을 동시에 해야 하는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도저히 못 찾겠다.


혹자는 그러더라. "동시에 하는 사람이 잘 없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니까…" 그 경쟁력을 동일 임금으로 써먹으려 하니까 기분이 별로인 건데 같은 피고용자 입장에서 각을 세워봤자 소용없다. 그럼에도 굳이 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남기는 이유는, 최근에 포토그래퍼를 불러 행사 기록을 남긴 곳에서 그 비용을 우리 측에 떠넘겨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이 일은 그 자체로도 문제인데 1~2달 전 내가 같은 요구를 받은 적이 있어 더욱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일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1~2달 전 내게는 '현장에 취재하러 가는 김에 행사 사진을 찍어서 고객사 측에 넘겨주라'는 식으로 얘기(지시)한 부분이다. 고객사에서 요청했다나 어쨌다나.


'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했다. 당시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는 못했다. 근데 그때 벌어졌던 일을 이번엔 포토그래퍼가 하게 되면서(=비용이 발생하면서) 같은 조직에서 문제가 되어버린 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렸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동종의 일을 소화했던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꽤 많이 상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의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면접 자리에서 사진 기술을 어필하던 내게 "(우리 회사는 포토그래퍼를 고용하면 되니까) 사진은 취미로 하시면 된다"라고 말했던 (사람) 생각난다. 당시엔  무례한  같았는데 지금 와서  사람이 그리워지는  보니  짤이 떠오른다. 역순이긴 하지만 블랙 코미디는 정말 거를 타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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