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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Mar 29. 2022

겸상 금지

목 상태가 어딘지 Negative

눈을 떴는데 목이 좀 칼칼했다. 침을 삼키는데 통증이 있었다. 증상은 미약하지만 찜찜했다. 출근 채비를 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 복도에 서있었다. 내 옆으로 대기자들이 길게 늘어앉아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는데 대기자들이 기침을 심하게 했다. 새삼 내 증상이 초라해 보였다.


검사실에 들어갔더니 코를 찔렀다. 두어 번 돌리고는 면봉을 거둬갔다. 생각보다 얕고, 또 빠르게 끝난 검사에 의아해하고 있을 무렵 면봉 하나가 더 포장을 벗었다.


"목젖(에서) 채취할게요."


양치할 때 혀를 닦는 것처럼 헛구역질을 두어 번 하고 나자 검사가 끝났다. 한 번에 두 곳에서 채취한 적은 처음이라 검사 방식 변경 이유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기침과, 언제까지 기다리느냐며 역정 내는 할머니, 어디로 가야 하냐며 물어보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의문은 조용히 가라앉아버렸다.


검사를 마치고 5분 뒤에 결과가 나왔다. Negative였다. 앞선 사람들과 동시에 결과지를 나눠줘서 조금 의아했다. 예전에 같은 병원에서 검사했을 땐 결과 도출에 15분이 걸렸기 때문이다.


결과지를 받아 들고 수납대에 줄을 섰다. 대기하는 사이 한 명씩 종이를 제출하고 의사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앞선 사람들의 결과지를 보게 됐는데 1명 빼고 전부 'Positive'를 쥐고 있었다. 대기줄에서 왼쪽으로 살짝 빠져나왔다.


병원으로 오는 길 가벼운 두통 증세가 생기더니 결과지를 받고 나서 증상이 멈췄다. 어딘지 목의 통증도 줄어든 것 같았다. 체온은 35.8도로 양호했다. 괜히 설레발을 쳤나 싶어 겸연쩍어졌는데 주변에서 확진됐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다 2-3일 지나면 엄청 아프다"


아직은 마음 놓을 때가 아니라는 얘길까. 오늘은 겸상 금지, 나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 아프면 여러모로 번거로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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