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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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집은 주상복합형 건물의 3층이다. 2층까지 상가가 있어 장단이 뚜렷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날파리 같은 것들이 집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불을 끄고 폰이라도 보는 날엔 시야를 가려보겠다고 달려들었다. 작고 연약한 그것들은 입김 한 번에도 맥없이 흔들렸다. 그런데도 자꾸만 나타나는 게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웠다. 생의 근원이나 본능 같은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어쩌다 천적 앞에 달려드는 몹쓸 습성이 생겼는지 그게 좀 신경을 긁었다. 다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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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죽어지냈다. 신경치료를 했더니 며칠간 이가 아팠고, 괜찮아질 때쯤 다시 치료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과정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근 3주간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인에게 주말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퍽이나 슬픈 일이다. 그래서 근래 주말이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고통에 대한 기억과 누워 지낸 일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은 고통도 없고 치료 일정도 없는 꿀 휴무라서 모처럼 어린이와 같은 정신상태로 돌아가고자 한다. 쉬는 날은 즐겁다는 인식을 다시 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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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에서 리뷰를 수정해달라는 메일이 왔다. "좋은 점은 장점에, 불만은 단점에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기에 별것 아닌 얘기다. 하지만 공식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위화감이 있었다. 예컨대 사용하는 어휘에 있어 '좋은 점'은 다소 객관적인 인식을 준다. 반면 '불만'은 주관적인 감상으로 범위를 축소하는 감이 있다. 다른 언어로 번역을 해봐도 용례를 알 수 있다. 좋은 점은 메리트나 스트롱 포인트 등으로 보편적인 사용법을 지닌 단어로 변환되는데, 불만은 디스세티스팩션 같은 개인의 감상에 그치는 언어로 바뀐다. 나처럼 말과 글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에겐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상대의 의도와 무관하게 찰떡 같이 알아들으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공식 메시지를 커뮤니티 개인 쪽지 보내듯 무성의하게 쓰면 회사 이미지 깎아먹는다는 걸 윗사람들은 알면 좋을 텐데.
P.S. 잡플래닛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불만 같은 부정적인 용례의 단어를 대외적인 메시지로 잘 쓰지 않을 텐데 이곳 콘텐츠 관리팀은 중간 관리자나 책임자가 필터링을 하지 않는 건가:( 의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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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3,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이익단체들의 사정이 모두 제각각이겠지만 여느 협회들의 입장과 다름없는 결론에 회의감이 든다. 철저한 반성과 자정 노력이 없어(부족해)서 메스를 들자고 했더니 결론이 이렇게 나면 어떻게 하나. 심각하고 복잡한 사안이란 건 알겠는데 6개월간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현직), 법조계 인사 16명이 붙어서 도돌이표 같은 결론을 내면 결국 답이 없다는 걸 돌려 말하는 게 아닐까. '그만큼 어려운 문제'임을 감안해도 제자리 뛰기는 역시 힘 빠지는 일. 보고서 전문엔 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