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게으름에 빠져 산다. 의무가 아닌 일을 권리처럼 찾는 일은 아무래도 어렵다. 일상에 그런 자각이 있었다면 벌써 뭐가 돼도 됐을 거다. 그런 채찍질을 스스로 가해 본다. 생채기 따위, 생길 리 없다. 자신을 상처 입히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어쭙잖은 반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
불만이 생겼다. 정량으로 치면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일까. 작은 불만이다. 그래서 쓸까 말까 했다. '이런 생각도 남겨두자' 그런 기준으로 기록을 남긴다. 밝히기엔 부끄러운 일이다.
평소보다 많은 일을 소화했다. 아침마다 받는 일의 양에 편차가 있는 까닭에 이런 날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다. 어려운 일이나 부당한 상황도 아니었다. 근데 갑자기 입이 나왔다. 왜, 그런 거 있잖나.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언짢은 거. 대상이나 원인을 특정할 수 없어서 해소도 어렵다. 어제는 아주 잠시, 기분이 그랬다.
2.
크고 작은 기회들로 바람 잘 날 없다. 올곧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데 나는 줄곧 바람에 누워 일어날 생각이 없다. 기준 없는 생활이 만든 자화상이다. 발등에 떨어질 불을 기다리는 나는 스스로 불을 질러버릴까 고민하는 날들을 보낸다. 아무 성과 없이 고민으로 시간을 흘려선 안된다. 그 정도 교훈을 상기해 본다.
3.
Township이란 마을 운영 게임을 폰으로 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군더더기 없는 화면 전환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게임은 몰입도가 높아 금방 빠져든다. 우연히 발견한 것치곤 꾸준히 하는 셈인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축이었다. 내 취향이 대중성에 편입되긴 쉽지 않지만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대중'이다.
4.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는 일과 계획을 세우는 일은 별개다. 계획을 세우는 일과 그것을 실천하는 일도 별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습관화하는 것은 별개의 일을 연결하는 것보다 하나의 우주를 새로 만드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창조론보다 진화론을 믿는다. 저게 될 리가 없지.
5.
사진기자에서 펜 기자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자 마음이 편해졌다. 결단은 늘 내리기 전이 가장 어렵다.
6.
아이폰 배터리가 불안정하다. 6s를 쓰는 나는 몇 달 전부터 잔여량 10%대에서 폰이 꺼지는 신기를 경험 중이다. 배터리 무상 교체 기사가 떴을 때 교환대상을 확인했지만 내 폰은 해당 모델이 아니었다. 요즘은 가끔 20%대에서도 꺼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완충해서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
7.
밥을 먹고 오는 길에 무너진 토사를 발견했다. 그 위로 락카 칠이 돼 있는 오래된 집들이 보였다. 철거 예정인지 알 수 없지만 흘러내리다 멈춘 토사의 단층에서 불안한 형세를 느꼈다. 그 와중에 이 단층을 어떻게 부각해서 찍을 것인가 생각했는데, 직업병이 별 게 아니다 싶었다.
8.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런치메뉴 할인 탓에 이 시간엔 사람이 많다.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할 정돈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사이로 혼자 콜라 하나 먹으면서 공부하는 아이가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표지를 찢어버린 듯한 공책에 3색인지 4색인지 모를 볼펜으로 무엇인가 쓰고 있었다. 볼펜도 어디선가 기념으로 나눠주는 펜이었다. 관찰하는 병이 도져 옷의 소매나 신발을 흘끗흘끗 살폈다. 다만 남에게 함부로 감정을 이입하는 건 위선 같아 관뒀다. 차라리 눈 앞의 사람을 도우라는 말의 울림이 내겐 더 크다. 밥 먹으며 잠시 그런 생각.
9.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적게는 한 잔, 많으면 네댓 잔도 먹는다. 만나는 사람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한 잔씩 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커피를 물로 바꾸면 생활이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확신이 없어서 물을 안 마시는 건 아니지만.
10.
전기장판의 효용에 대해 고민 중이다. 짧은 시간에 몸을 데우는데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고 일어나면 찾아오는 피로가 이 탓인가 한다. 장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피로 해소를 방해한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쉽사리 전기장판을 내칠 수 없다. 가뜩이나 중앙난방에 기대는 열악한 난방시스템에선 이불에 온기라도 있어야 아침에 이족보행이 가능하다.
11.
집에서 쓰는 가습기에 물 때가 끼는 듯한데 살균제를 쓸 수 없으니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그냥 쓰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더 위험한 건가 싶기도 하고 사놓고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닌가 슬그머니 우려가 찬다.
12.
오후 일정 3개를 마무리하면 얼추 저녁 8시 30분쯤 될 듯하다. 그 후 1시간만 더 근무하면 오늘 당직 끝. 오늘도 무사히.
13.
왼 손 중지에 이틀간 붙여놓은 반창고를 뗐더니 똥내가 난다. 그게 묘하게 중독적이다. 빨리 씻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