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언론

별 내용은 아니고.

by OIM
KakaoTalk_20180222_194855398.jpg 사러가 마트, 피자마루.


1.

피자를 기다리며) 22일 저녁 모처럼 큰 마음먹고 피자를 주문했는데 영수증과 함께 “한 20분 걸린다”며 “주문이 조금 밀려서, 빨리 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퇴근 후 시간이 직장인에게 하우 머치 중요한데 그런 건 미리 말 좀...ㅠ 하지만 소심한 난 “취소해주세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가게 앞에 앉아 시간만 재고 있었다. 20분은 분명 단기 20분을 말하는 거겠지. 장기는 몇 분이려나... 벌써 15분이 흘렀다.


*피자는 25분 만에 나왔다.

*분해서인지 한 판 다 먹었다.

*핫소스 두 개 할 걸.



2.

금요일 아침 치고 도로가 휑했다. 급했는데 눈이 덜 녹아 뛰지 못했다. 낙담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무렵 반대편 도로로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갔다. '머피'는 이럴 때나 나를 찾지. 아무 버스나 타고 연대에서 내려 신촌역으로 뛰었다. 5발짝쯤 뛰었는데 옆에 미처 출발하지 못한 '타야 할 버스'가 있었다. 뒷 버스에서 내려 앞 버스로 환승한 기묘한 상황을 연출했다. 덕분에 신촌역에서 내려 비교적 늦지 않게 지하철에 탑승.



KakaoTalk_20180223_110236137.jpg ㅂㄷㅂㄷ...


3.

지하철은 늦지 않게 탔는데 3호선 환승구간에서 사달이 났다. 지하철이 안 오는 거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왔다. 전광판을 보니 두 대가 종로3가역에 겹쳐지다시피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폰을 봤더니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늦게나마 역사에 들어온 지하철은 역마다 문을 두세 번 열고 닫았다. 결국 46분에 도착해야 할 종착지에 59분쯤 도착했다. 정체로 지하철을 타지 못했던 사람들이 역마다 가득했고 이들이 들어올 때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안쪽에 섰던 나는 그나마 다행.


*지하철 문 앞 끝자락에 간신히 서서 입구 위를 손으로 붙잡고 사람들을 밀어붙인 아저씨들 덕에 아저씨와 다른 사람 사이에 끼인 여자들의 '생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출근 때마다 이런 광경을 보니 조금 무서워졌다.



4.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 2시 20분에 깼다. 비몽사몽으로 화장실에 가는데 '두두두두' 소리가 들렸다. 또 윗집이다. 11시나 자정에 세탁기를 돌리는 건 흔했다. 가끔 1시에도 돌렸다. 그런 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가 아닐까 하고 좋게 생각했다. 근데 새벽 2시에 세탁기는 좀 그렇잖나.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지만 반복되는 심야 세탁이 에티켓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ㅂㄷㅂㄷ...



5.

근 6년 만에 카톡으로 결혼 소식을 알린 후배의 결혼식은 가지 않기로 했다. 어쩐지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이 가식적이다.



6.

4번 문제를 주인집에 얘기했다. 윗집에 양해를 구하려다 위협으로 느끼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주인집에 얘기한다는 내용을 장문으로 보냈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 세탁기 도는 소리를 못 들었다. 알고 보면 작년부터 윗집에 아무도 안 살았다거나 하는 그런 스토리는 아니겠지. 아무리 봐도 내가 공포영화 캐릭터는 아니니까.



7.

회사 교육차 미국 가 있는 친구가 신이 났다. 하루 4~6시간 교육받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이라 여기저기 다니나 보다. 주기적으로 사진이 바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든가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인 앤 아웃 버거도 말하더라. 인 앤 아웃이 뭔지 처음 알았다. 쉑쉑에 버금가는 버거라는데 쉑쉑도 못 먹어본 나로서는 흥미가 갈 리 없다. 그냥 교육을 빙자해 노는 게 부럽다. 조금?



8.

살고 있는 집과 별개로 사무실을 구하려 했던 생각을 다시 해봤다. 허름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가 건물 1층이나 반지하를 예상했다. 그래서 월세도 15~20만 원 선으로 잡았다. 한동안 매물을 살펴봤는데 가격대에 맞는 건 없었다. 하긴 저 가격대가 있을 리 없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저 가격대를 방세에 보태 집을 조금 더 좋은 것을 구하면 되지 않았을까. 짱구를 한 번 더 굴렸더니 '복층'이란 대안이 나왔다. 2층에서 자고 1층에서 작업을 하는 거다. 또는 그 반대. 다시 방을 찾았는데 복층 가격대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체감도가 달랐다. 가령 월세로 45가 빠지고 사무실에서 15가 빠져서 월 60이 나가는 것과, 복층 살면서 월세로 60이 빠지는 건 느낌이 다르다. 전자는 사무실 비용이 저렴하게 나가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사치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월세 60 주면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9.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가 처음으로 아무것도 빌리지 않고 나왔다. 도서관 문 닫는 시간이 임박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 빌려도 읽지 않던 요즘을 반성하는 의미도 있었다. 생활 전반이 그랬다. 운동, 독서, 영어공부, 기술 공부 등 욕심을 부리다가 하지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경향도 한두 해가 아니다. 꾸준히 지속돼온 문제를 우연한 순간에 '내려놓는' 작업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를 해본 거다. 처음은 아쉬웠다. 책을 빌리려면 다시 이곳에 와야 하는데 굳이 시간 내서 올까 싶었다. 집에 있는 책도 있지만 그것은 신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왠지 떠나려는 발길을 잡았다. 핑계고 합리화다. 그 감정들을 도서관 반납함에 반납하는 책과 함께 꽂았다. 빈 에코백을 들고 도서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물리적 무게인지 마음의 무게인지 알 수 없다. 그저 '하지 않음'이 의미로 다가온 날이었다.



10.

입학식을 앞둔 날들의 풍경. 동네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갓길 주차 등으로 좁아진 골목길도 이런 풍경에 주목하게 한 원인이다. 자매로 보이는 사람들이 빈 박스를 길가에 내놓고 그 뒤를 부모가 뒤따랐다. 동네 슈퍼는 때 아닌 쇼핑 대목을 맞았는데 그게 꼭 명절만 같았다. 생각해 보니 이번 주말은 입학식 바로 전 주말 아닌가. 신입생들의 이사 적기인 셈이다. 연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나는 그제야 낯선 풍경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곳도, 이날의 의미도 여러모로 사회의 한 단면 같아서 흥미로웠다. 내가 그 나이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비로소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세상은 이런 모습일까.



11.

이방카가 방한했다. 티브이나 사진으로 이방카를 접하는데 자꾸만 '프렌즈'의 피비가 생각났다. 내 영어공부 연대기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드라마 캐릭터가 미합중국 대통령의 딸과 겹치면서 갑자기 이상한 제스처로 소리를 지를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피비는 잘 살고 있을까 :)



12.

YTN 아나운서가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대표팀의 노고를 치하했다"는 말을 했다. 자리 뒤에 티브이가 있어 YTN이나 연합뉴스의 보도를 하루 종일 듣는 편인데 대부분 그냥 흘리면서도 이런 말은 귀에 담는다. 표현이 이상해 살펴봤더니 '노고를 치하하다'는 말은 쓸 수 있으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을 보도채널에서 듣는 일은 어쩐지 어색하다. 대통령과 올림픽 대표팀 사이에 어떤 상하관계가 성립하는지 알 수 없는 탓이다. 유교적 관점의 보도가 아니라면 어휘 선택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KakaoTalk_20180223_110417287.jpg 퇴근길 지하철, 북새통.


13.

'다스뵈이다' 12화에 나오는 문제의 발언을 들었다.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의 잘못된 '쓰임'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맥락상 곁가지였으며 방송 분량에 비춰도 짧은 단락이었다. 주된 비판은 '오해의 여지'를 남긴 데서 시작한다. 더 나아가면 미투 운동의 주축이 되는 피해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고 비판하는 이들만 해도 김어준의 '평소 맥락'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행적에서 생략된 행간을 읽는다. 반면 피해자를 위축시킨다는 이들은 김어준의 발언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개별 피해자의 용기(희생)가 이룬 미투 운동에 '의심'을 주입한다는 게 그들이 느끼는 분노의 원인이다.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


김어준의 발언이 '잘못된' 발언인가. 쉽게 답하기 어렵다. 사실 발언이 나온 맥락을 고려하면 지적할 부분은 없다. 시기상 '미투 운동'의 기세를 꺾을 가능성이 있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 잡음은 이미 예상됐다. 단지 방송 초기에 밝힌 것처럼 '내분을 조장한다'는 여론조작 집단의 목적을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달성해낸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가 어떤 사례를 염두해 발언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방송에서 주장했듯 여론조작 집단의 작업은 일종의 경향성을 보여왔고 또 경험을 축적해왔다. 그런 사례를 지켜봐 온 그가 어떤 정보를 통해 향후 일어난 일을 예측·예방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사회 일반의 반응을 볼 때 그의 우려보다 피해자들의 상처가 훨씬 컸던 것 같다.



14.

차를 한동안 몰지 않았더니 뽀얗게 먼지가 쌓였다. 오랜만에 시동을 걸고 닦으려고 봤더니 군데군데 손자국이 있다. 희한한 게 운전석 쪽 본넷과 운전석 손잡이, 운전석 뒷문 손잡이에 손자국이 난 걸 보니 열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차를 ㅣ'차' '차'ㅣ 식의 필로티 주차장에 대놔서 굳이 차와 차 사이에 들어갈 일이 없을 텐데 손자국이 난 걸 보면 차문을 열어보려고 일부러 접근한 듯하다. 좋은 차도 아닌데 오래된 차라서 부담 없이 열어본 걸까. 내가 막 몰긴 하지만 어쩐지 찝찝하네.



KakaoTalk_20180223_110345379.jpg 장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정도 크기의 요거트는 1인용인가? 덜어 먹는 걸까? '딸기우유 1리터' 뭐 이런 건가?


15.

동네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원체 개를 좋아하는지라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엊그제는 개와 걷는 외국인을 봤다. 그는 목줄을 한 개와 함께 오르막을 오르는데 개가 경로에서 벗어나자 한 번씩 자기 방향으로 줄을 '탁' '탁' 당겼다. 개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그럴 때마다 주인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같이 걷다가도 이따금씩 주변에 흥미를 보이곤 했다. 어쩐지 낯선 풍경인 나에게는 개를 그런 식으로 당기는 게 탐탁지 않았으나 입마개니 개파라치니 하는 제도가 시행을 앞둔 지금 필요한 훈련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16.

언론계도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에 차고 넘치는 성폭력이 이 바닥이라고 적을 리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미투 운동으로 밝혀지는 사례들을 대부분 성폭력 중에서도 위계에 의한 더러운 성질의 억압으로 이해하는데, 선후배 관계가 뚜렷하고 회사당 공채 기수를 적게는 1~2명에서 많아야 10명을 안 뽑는 작은 바닥의 특성상 잠재적 피해자는 훨씬 많은 거라고 예상한다. 한마디로 억압에 의한 폭력이 난무하기 참 좋은(?) 환경 아닌가.


얼마 전 모 지상파 기자들의 미투 운동 지지선언 기사를 봤다. 릴레이 식으로 보도되는 기사를 보고 내부 문제를 내부 기사로 소화하는 방식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봤다. 기자들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자체 채널을 이용한 이유는 내부 구성원만이 알 테다. 나도 명확한 이유를 모르기에 그저 미심쩍다 정도로 이해하고 넘겼다. 그런 느낌이었다.


며칠 뒤 이 지상파 방송국 기자들과 관련된 성폭력 제보가 올라왔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내부 구성원이었던 사람이 성폭력을 겪고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당했던 어려움을 풀어낸 글이다. 앞선 글처럼 한계도 없고 묘사도 세세하다. 기자가 자신의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전자보다 후자에서 좋은 기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알 거다. 심지어 이 문제는 몇 년 전부터 해결을 위해 피해자가 노력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해당 방송사에서 '미투'라니, 낯설다.


기자는 종교인이 아니다. 시민활동가도 아니고 자선사업가도 아니다. 특정 문제에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지만 그 문제에 목소리를 낼 때는 진정성 있는 태도나 행동을 기반했으면 좋겠다. 가령 내부 구성원이 겪었던 문제는 알면서도 침묵하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사로) 생색을 내는 것에 어떤 설득력이 담기나. 각자의 역할이 있다거나 기사로 말하는 것이 기자가 할 일이라는 사명론은 궁색하다.


일전에 성폭력 관련 문제 등으로 고민하며 지인에게 말한 적이 있다.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하면서 내부 문제에 눈을 감는 게 아이러니했다. 괴롭다거나 짜증 난다는 식으로 말한 것 같다. 지인은 "불평만 하지 말고 내부에서 바꿀 노력을 하라"라고 '조언'했다. 1~2년 차 기자인 내게 데스크급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는 조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방송사가 파업할 때 파업에 동참해 '명분'을 얻는 듯했다.


자신이 피 흘리지 않는 선에서 불의에 저항하는 모양새를 내는 일은 누구나 가능하다. 행동을 하려면 지난 정권에서 하거나 적어도 내가 고민할 때 행동을 하고 있었어야 했다. 또 내부 문제에 목소리를 내거나 저항은 했어야 한다. '나는 했다'는 항변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했다면 그 조직에 가만히 안착해 있을 리 만무하다. 배불리 기자 하는 이들을 믿지 않는 계기도 그때 생겼다. 기사 팔아서 내는 수익이 미미한 언론사가 재정적으로 부유하다면 기사 거리가 내부에 많겠나, 외부에 많겠나?



17.

일단 일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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