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네이버
거창하게 썼지만
별 것 아닌 것들에 대한 이야기.
최근까지 일하던 곳을 떠나며,
최근까지 글 쓰던 곳을 닫으며.
1.
완전히 브런치로 넘어왔다. 새 글 노출도와 기존 글에 대한 아쉬움 등으로 네이버를 썼었다가 다시 내린 결정이다. 대외용 메일을 네이버 주소로 사용하는 탓에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블로그를 알게 될 우려가 있다. 보면 안 되는 내용은 없지만 쓸 데 없이 껄끄러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를 알기 원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나에 대해 알은척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나 회사.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 등을 토닥이거나 혹은 등을 치거나. 굳이.
2.
글의 목적성은 차치하더라도 애정 하며 공들인 글이 다른 쓰임새를 갖는 건 글쓴이에게 기쁜 일이 아니다.
3.
홍대와 합정역 사이, 버스정류장을 지근에 둔 스타벅스에서 쓴다.
4.
퇴근 뒤 여유 시간에 글을 쓰는 건 하루를 덮는 안정감을 준다.
5.
일상이 자신의 기대와 어긋날 때 그 파동을 글로 달랜다.
6.
그렇게 쓰려고 카페에 들어왔지만 두 시간 넘게 콜드브루라떼를 마시며 폰게임 했다.
7.
멍한 시간을 흘린 뒤 정리해보는 하루.
8.
미쳐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부산 방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나갔다. 직장도 그렇다. 퇴사를 10여 일 남기고 무리해서 면접 봤다가 덜컥 붙어버렸다. 예상을 웃도는 속도에 어안이 벙벙하다. 금요일에 퇴사하고 월요일에 출근했다. 일요일에 고시원을 구했는데 월요일에 방이 나갔다. 이번 주는 온전히 적응 주간이다.
9.
가만 보면 기업들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급여는 남들과 비슷하게 주면서 '너는 할 수 있으니까 이것까지 하라'는 식이다. 거쳐온 직장 대부분이 그랬다. 썰은 아래에.
10.
나는 조금 특이하게도 기사와 사진을 둘 다 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걸 아는 순간부터 상사들은 "너 기사도 쓸 수 있잖아?"라거나 "사진은 네가 찍으면 되지?" 식이다. 공기업에 준하는 어느 회사 편집국에 근무할 땐 기사 작성은 물론이고 사진도 '당연히' 내 담당이었다. 모 언론사에서 일할 땐 사진기자를 보낼 여력이 없다며 내게 사진을 시켰다. 이번엔 사진(기자)을 했으니 카드 뉴스나 동영상도 할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 동영상은 간단히 찍어 기사에 첨부하면 되지 않냐고도 물었다. 요즘 이런 거 다들 하지 않냐는 식.
11.
문제의식이 없다. 기사와 사진은 원래 각각 1명의 기자가 맡는다. 엄밀히 보면 2명 분 일을 한 사람에게 시키면서 당연히 여긴 게다. '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할 수 있지. 할 수 있는데 힘들다. 사진기자나 취재기자로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할 때보다 품이 훨씬 더 든다. 혼자서 소화하려면 그렇다.
카드 뉴스나 동영상은 디자이너와 취재기자가 협업하거나 영상기자가 독자적으로 취재한다. 보통은 그렇다. 이 모두 개별 노동을 취합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일반 기사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을 요한다. 편집은 또 쉬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중요 발언을 위해 모두 녹화했다가 필요한 부분만 추려야 한다. 그게 어색하지 않도록 연결하고 상황에 따라 자막도 입혀야 한다. 영상이 뉴스로 '가치'를 가지려면 최소한 해야 하는 일이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내게 '할 수 있냐'라고 묻는다. '그 정도' '요즘' '다 하는 일' 따위의 궁색한 말로 노동 가치를 격하한다. 내가 호구냐ㅠ 같은 돈 받고 4명이 하는 일을 오가게.
12.
알만한 언론사 있을 땐 계약서를 몇 달간 안 써서 문제가 됐다. 여기는 다른 서류 다 주면서 계약서를 안 준다. 근로계약조건을 알아야 다닐지 말지 결정할 것 아닌가.
13.
고시원 산다. 급하게 올라와 선택지가 없었다. 단기지만 고시원이다. '고시원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 중이다. 우선 좁다. 작은 방에 대한 선호가 있었지만 그마저 무너질 정도로 좁다. 싱글 침대 2/3 사이즈 침대와 그만한 빈 공간과 그만한 공간에 들어선 책상 및 옷장. 그게 전부인 공간. 침대 발 밑으로 공간 없이 붙은 화장실. 문을 열면 화장실 냄새가 그대로 올라온다.
침대에 누우면 머리 위로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복도가 있다. 복도 중간에 위치한 내 방은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그대로 흡수한다. 밤, 고요한 시간에 내 방은 더욱 빛을 발한다.
소음도 주의해야 한다. TV는 물론 통화나 음악 등도 가능하면 음소거에 가깝다. 마치 사무실 하나를 파티션 몇 개로 나눈 듯 각자의 공간은 취약한 사생활을 드러낸다.
그래도 못 살 곳은 아니지만 이 방이 거의 40만 원에 달하니 가성비는 글쎄. 심지어 여기는 내측이라 창문도 복도 쪽 밖에 없다고.
14.
큰 언론사, 작은 언론사, 오래된 언론사, 언론사 흉내 낸 회사, 언론사 되고픈 회사 등 다양하게 다녀봤는데 사람 스트레스 없는 곳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딜 가나 스트레스는 있고 만족감도 천차만별이지만 알아주는(만한) 곳에 다닐 때는 그만한 책임과 업무강도를 요구받는다. 무게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일이든 사람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부담은 배가 된다.
15.
서울에 돌아온 걸 실감한다. 밥 먹듯 드나들던 합정에 와서, 올 때마다 들렀던 6번 출구 앞 스타벅스가 투썸으로 바뀐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 아쉬움에 비로소 '서울이다' 했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