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과 아이러니
- 아이러니. 경력기자 면접은 떨어졌다. 희한하게도 면접 자리에서 탈락을 통보받았다. 처음 겪는 일이지만 납득은 간다. '알만한' 매체에서 쓴 기사/겪은 경험부터가 '경력' 아니냐는 사주의 판단이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꽤나 좋은 평을 받았던 내 기사는 '언시생일 때 한 것' 정도로 치부됐다. 고용주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런 걸로.
- 이유를 납득하면서도 그런 말을 해주려고 면접 자리까지 불렀나 생각하면 또 묘하게 기분이 별로다. 애초에 기명기사로 낸 것들은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았다. 전형적인 '스펙'이 유효했던 자리. 그런 의미에서 알만한 매체에서의 경험 위주로 질문이 들어왔다.
- 참 얄궂게도 "사진기자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워낙 티오가 없어서 남들은 지원조차 하기 힘들다는 사진기자 제안을, 나는 취재기자 면접에 가서도 받는다. 경력 막바지를 채운 사진기자직이 이렇게 또 발목을 잡는다. 대표가 그랬다. "딱 봐도 사진기자구만..."
- 몇 년 전 모 종교방송 사장 면접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이력서를 봐도 그렇고 딱 봐도 자네는 '기자'인데 왜 피디를 하려고 하냐고. 면접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기자, 보통은 취재기자를 지칭하는 그 기자이고, 누군가의 눈에는 또 사진기자로 보인다. 대체 어떻게 '딱' 봐야 내게서 그런 종류의 기자를 읽을 수 있을까.
- 면접관의 묘한 태도나 애초에 합불을 정해놓은 듯한 기준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그보다 기분 나빴던 건 사진기자 해볼 생각은 없냐는 대표의 제안에 순간 대답을 망설인 거다. 기자란 직업에 대한 회의로 일을 그만뒀고, 굳이 한다면 취재기자를 하겠다며 면접에 갔건만 스스로에게 다부지지 못했나 보다.
- 이 같은 일화를 언론계 선배에게 말했더니 선배가 대뜸 그랬다. "결국 넌 연어처럼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 선배도 사진기자 출신이다. 그러더니 소오강호의 대사를 덧붙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강호는 어떻게 떠날 수 있는지를 묻는데, 사람 사는 곳이 강호라는 답을 듣는다고 한다. 사진기자 일도 그렇다고.
- 카톡 보고 섬찟하긴 처음이다.
-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 밥을 잔뜩 먹고 커피 대신 미숫가루를 마셨다. 이 상태로 디저트 겸 빵 두 조각을 먹으려는데 한 개 먹고 더 이상 안 들어간다. 미숫가루도 반쯤 남았다. 자고로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채우랬는데 통장을 비우고 배를 채운다. 일주일 운동하고 하루 만에 후회한다.
- 주말엔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 중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하면서도 퇴근하면 쉬는 것과 같이 평일과 주말은 반복된다. 이번 주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한적한 서울 근교를 찾아 돗자리 펴고 드러누운 뒤 책이나 읽다가 잠시 조는 일을 되풀이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템플스테이도 고려했지만 왠지 부담스러운 것.
- 퇴근길, 신촌 알라딘에 들러야겠다. 여유와 열정 그 어디쯤에서 스스로를 대하는 바로미터가 움찔거린다. 홍익문고에 갔다간 거금을 써버릴 것 같으니 알라딘 선에서 방어해본다. 그런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