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는 늘 경계의 대상

합/불합의 사이에서

by OIM



'쉬운 길을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누가 무엇을 알겠나.

그런 의미에서 이건 헛소리(라는 생각 중).


'쉬워 보이는 길을 경계하라'

이 정도 표현에 마음을 푼다.

'아'와 '어'에 갈리는 감정의 선예도가 배 밖으로 돌출.


그런 상황.





1.

비 올까. 통유리 밖 건물의 채도가 떨어진다. 몇 시간에 걸쳐 서서히 떨어진다. 바라본다. 여유롭다. 날씨와 별개로 기가 펄럭인다. 3층 높이와 마주한 그것들이 바람을 대변한다. 그 측후방으로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주로 두 명. 빌라 건물 베란다로 나와 연기를 뿜는다. 정장 차림. 서울 오자마자 다녔던 회사에서 흡연자들이 하던 행위와 유사하다. '드르륵, 탁' 소리가 들리면 이내 옅은 담배냄새가 후각을 때렸다. 갑자기 왜 이게 생각났을까.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는 생각과 기록은 별 의미가 없다. 흘러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쓴다. 이 와중에 우산을 든 첫 번째 사람이 등장. 시선을 조금 빼앗겨버렸다. 다음 챕터로.


2.

집을 구하는 중이다. 제한된 조건에서 가장 적합한 집을 찾고 있다. 일종의 전투다. 이 행위가 끝나면 '거주'하게 된다. 집을 구하는 게 전투에 해당한다면 2년간 살아가는 것은 '전쟁'에 가깝다. 고려요소를 욱여넣고 집을 어떻게든 구하는 것은 불가항력이 작용한다 하더라도 '잘' 사는 행위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장기간 승부. 허나 마음을 놓고 제멋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필승전략이라는 건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혹은 이의 역치인지 모를 순간을 안고 사는 현대인의 아이러니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 머리에 찬 생각이 손을 통해 흘러내린다. 다행이다. 입이 아니라서.


3.

의무적으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가득 채운 공간은 조용하다. 오전, 카페에 왔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제각기 책이나 랩탑을 펼치고 자기 일에 열중한다. 머리가 여럿이라 그만한 침묵이 흐른다. 그게 약 두 시간. 점심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됐다. 다른 이유로 카페를 찾은 사람들. 비어있던 중간 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남자친구, 일터, 사진 잘 나오는 법, 어제 있었던 일, 학교 등 이야기 주제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그게 살아가는 이야기일 터. 평범한 이야기에 세운 귀가 이내 백색소음에 익숙해진다. 이때쯤, 해가 들이닥친다. 카페는 각종 열기로 가득 찬다. 아주 나른하게 말이다.


4.

서울에 돌아오기도 전에 잡은 직장은 그만뒀다. 계약서 작성도 전에 경력자의 능력을 요구했다. 일상에 피로함을 약간 가미하면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 다만 '신입들은 누구나 쓴다'는 '연대보증인'서류는 입사 전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던 것. 고의나 과실 여부를 막론하고 회사에 끼친 피해는 이를 보증인과 함께 변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는 작성을 망설이게 했다. 결국 이점을 토로했더니 "다른 곳도 다 쓴다"는 거짓말이 돌아왔다. 투계인지 육계인지 자신을 규정하는 과정을 미리 마련해주는 회사에 쏟을 애정은 크지 않다. "연봉도 그렇고, 보너스도 좀 있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정작 그런 게 아니었는데.


5.

그런 이유로 시기 좋게 들어온, 보다 나은 회사의 면접 제의와 스타트업 기업의 채용공고를 덥석 물었다. 결과는 둘 다 낙방. '그래도 이쯤에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 하는 오만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탈락이었다. 면접은 주로 신입보다 경력자에 걸맞은 식으로 이뤄졌고 내 자세도 예전의 면접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다. 그게 불합격 요인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떨어진 곳에 남길 미련은 없고 덕분에 쉴 시간도 약간이나마 생긴 셈이다. 이 시간을 뜻대로 보내려면 우선 집을 구해야 할 텐데.


6.

지난주에 서울 올라온 뒤 보름 동안 거의 150만 원을 썼다. 방세나 차에 들어간 비용은 그렇다 하더라도 쓸 데 없이 나간 돈이 너무 많다. 전세권 설정 말소 비용이라든가 복비, 그 밖의 제반 비용 등 타지에서 '살아가는'데 드는 비용 중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다. 대체로 준비 없이 또는 급박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저 '있는 돈'이 빠젼나가는 식이었고, 그걸 돌아볼 수 있는 시간에 되돌아봤더니 통장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거액의 지출이 보였다. 계획 없는 지출이 위험하다는 말을 겪고 나서 배운다.


7.

①갈 수 있는 회사와 ②가면 좋은 회사와 ③가보고 싶은 회사 사이에서 고민이다. 고민한다고 뚜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노력을 하려다 보니 이력서나 자소서를 써야 할지 망설인다. 세 부류는 모두 지원시기와 채용전형, 예상 결과 등이 달라서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결과까지 순차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고로 2번과 3번의 전형 도중에 1번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1번의 필기 합격과 2번의 필기전형 중에 3번의 서류합격이 겹칠 수도 있는 식이다. 최선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늘 선택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과정을 겪어왔고 이번에도 겪을 예정이다. 한층 현명해졌으면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기분 탓일까.


8.

이래저래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나 추천에 좀 더 신중하기로 했다. 추천이 끼는 순간 구직과 구인에 중개인이 끼는 셈이라 보이지 않는 수수료를 안고 가야 한다. 입사나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회사는,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든 가변적이다. 그 모든 상황에 본인을 포함한 3자 관계를 고민하는 건 상상 이상 에너지를 소모한다. 좀 더 심플하게 가자. 어떤 삶을 살든 말이다.


9.

날이 좋다. 방 보러 가야겠다. 오늘은 새 집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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