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수광?

네, 면접 보러 갑니다.

by OIM


1.

점박이처럼 온몸이 울긋불긋하다. 모기의 습격을 받은 탓이다. 때는 어젯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레비와 베이글을 사들고 빌라로 오르려던 참이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들어가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생소한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누구?' 싶어 걸음을 멈췄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니 저 멀리 한 마리 더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애들이다.


인사차 다가갔다. 성체가 되지 못한 새끼였다. 한 마리는 다른 곳으로 가고 한 마리는 멀뚱히 쳐다봤다.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처음엔 가만 앉았던 녀석이 이윽고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말을 걸까 하다가 도망갈까 봐 말았다. 한동안 그러고 앉아 트레비를 마셨다.


가만 보니 털에 무늬가 있었다. 지난번 살갑게 다가와 머리를 부딪히다가 난 데 없이 내 손을 물었던 점박이의 새끼 같다. 호기심 많은 건 제 어미를 닮았나 싶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우는데 이 광경이 소중해 한참을 바라봤다. 모기에게 뜯긴 것도 이때다.


얼마나 있었는지 모른다. 아마 모기 서너 마리 정도는 뷔페처럼 먹었을 테다. 그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한 여성이 멀리서 다가오더니 고양이와 나 사이를 지나갔다. 이 여성은 고양이 앞에 다다랐을 때 "안녕, 고양이? 안녀엉~?"이라고 육성을 냈다. 그 덕분에 고양이는 놀라 달아났고, 나도 고양이만큼 놀랐다.


아, 내 평온한 여름밤이.




2.

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제주행 항공권을 결제했다. 일단 면접은 보기로 마음먹었다. 면접을 본다고 해서 제주행을 결정한 건 아니지만 면접을 위한 경비를 고려하면 갈 마음 없이 면접에 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항공권으로 14만 원이 소모됐다.


'휴민트'를 돌렸다. 말이 좋아 휴민트지 사실 지인에게 정보를 물었다. 그 결과 우려했던 것보다 회사가 괜찮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접 자리에서 많은 것을 물어보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얻으려면 걸어라'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차비치곤 다소 과한 금액이지만 어찌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 뭔가를 구하려 하겠나. 실망만 안고 돌아온다는 가정 아래 비행기 타러 간다. 이륙 시간까지 대략 4시간 남았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의외로 가까워 가는 데 아무런 부담도 없다. 그냥, 경인선 타고 춘천 가는 느낌?


서울로 돌아오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뜬다. 대략 4시간 정도. 그래서 랩탑을 가져갈지 말지 고민이다. 제주까지 가서 무슨 랩탑이냐 싶겠지만 의외로 유용하다. 더군다나 이 날씨엔 할 게 없다. 그럼에도 내 건 무게가 2킬로에 육박해 책이나 챙겨갈까 싶기도. 제주에 스타벅스가 어디 있더라.


그나저나 이 곳의 연봉이 서울에서 받던 연봉보다 높을 가능성을 귀띔으로 들었는데, 이쯤 되니 협상을 해야 할지 주는 대로 받아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 패기와 객기의 경계에 섰달까.




3.

광고홍보의 외주화 추세로 노동 단가가 점점 떨어지는구나.

보도의 비경제성이 심화되면 탈언론 추세도 가속화되겠지.

이 둘은 닮은 듯 안 닮은 듯 닿아있어 함께 '문송' 할 처지인가.

나는 왜.




4.

인스타를 하면서 흥미로운 것 하나는 '공인' 범주에 걸쳐있는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대면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가령 '미스 네브래스카' 출신이 왔다 간다거나, 모델이나 배우가 다녀가는 일이 있다. '오, 이런 사람이 여기 웬일이지?'가 솔직한 마음이지만 '신기한 세상일세' 같은 마음도 동시에 든다. 기자 일 할 때도 맨날 장관이나 기업 회장, 국회의원, 시민단체, 가끔 운동선수 정도 만났다. 연예인은 인터뷰 사진 찍는 일 아니면 거의 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나마 접한다. 그나저나 요즘 기사 안 쓰고 일기만 썼더니 문장에 군더더기 엄청 끼네 :(




5.

마땅히 그래야 할 때란 게 있을까.




6.

밴쿠버에서 인턴을 같이 했던 형이 있다. 형은 개발자로 신문사 인턴을 오는 특이한 이력을 선보였는데, 역시 도전하는 이를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한 살 터울인 형은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 취업한 뒤 서른한 살쯤 돌연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취업해 떠났다. 대략 4년이 지난 현재 영국으로 이직에 성공했는지 런던행을 준비하며 여행 중인 듯하다. 그 나이에, 그 시기에, 해외로 등 숱한 걱정이 있었겠지만, 그곳에서 일하다가 결혼할 사람과 한국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둘이 함께 건너가 잘 살고 있다.


이 형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위험하다는 필리핀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한다고 6개월 간 운동하더니 기어코 완주 메달을 따냈다.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라던 히말라야 트래킹도 다녀왔다. 한 마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며 그것을 실행하는 추진력이 있고, 그로 인한 밀도 높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사람 참 신기하지 않나.


이 형을 가만 보면 도전은 언제나 의미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과정이, 방향이 주변의 걱정을 사더라도 심지가 곧은 결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종종 자신의 근황으로 알려준다. '살아간다면 이 사람처럼' 같은 오글거림은 아닌데 삶에 자극이 되는 사람은 분명하다. 자고로 일상에 지쳐가는 자신이 보일 때면 자극이 되는 사람을 곁에 두라 하지 않던가.




7.

비행시간이 다가와 이쯤 할까나. 가는 길에 면접 때 물어볼 것들 정리해야겠다. 오늘은 특별히 더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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