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당신에게

죄책감에서 그리움으로

by 림미

겨울의 청명한 하늘을 닮은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요즘,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면서 추위를 조금 잊어보기도 해요. 창문으로 들어온 따뜻한 겨울 햇살에 몸을 녹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겨울에 이런 따스함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전 당신과 같이 아빠와 긴 이별을 했지만 준비할 수 없었던 사고여서 당신이 느끼는 아픔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제가 당신에게 답장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편지에 당신의 슬픔이 온전히 느껴졌고 그런 당신을 안아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편지에서 아빠에게 했던 행동들이 후회된다고 하셨어요. 자주 보지 못한 점, 표현하지 못한 점등이 죄송스럽다고 하셨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분명 후회될 수 있죠. 시간을 돌릴 수 없기에 이제 볼 수 없는 아빠에게 잘하지 못한 게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당신의 엄마와 언니가 느꼈던 죄책감처럼 저도 당신에게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느낄 수 있는 마음이지만 부디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전 당신을 안아주고 싶어요. 당신이 투병생활을 하는 아빠를 보면서 들었던 그런 생각들은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랬던 거 아닐까요? 힘든 싸움을 오로지 아빠 혼자 하고 있었잖아요. 당신이 도와주고 싶어도 대신 아파할 수 없는 거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 같아요. 당신의 기억 속에 아빠는 언제나 든든한 가장이었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었잖아요. 당신이 힘들 때 든든하게 자신을 지지해 주었던 분이고 가정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아빠가 아파 쓰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너무 힘겨웠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당신은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당신은 그런 생각들은 나쁜 생각이라고 어떻게 아빠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하며 자책하겠지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을 한 당신이 나쁜 게 아니에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때 했던 생각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혼자 힘들어했을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소설 '밝은 밤'에서 당신과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어요.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날 아침 의사가 내게 귀리의 죽음을 알렸을 때 느낀 감정이 슬픔만은 아니었음을 기억했다. 나는 안도했다. 나의 일부는 안도했다. 귀리의 고통이 이제 사라졌다는 사실에 고통을 받는 그 애의 모습을 보고 겪어야 했을 나의 괴로움이 끝났다는 사실에. 그 이기적인 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며 괴로워할 때 그 모습을 그만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을 거예요.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요. 부모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제가 만약 아이들 곁을 떠났을 때 아이들이 저를 그리워하고 생각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자신을 자책하고 있으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아니다. 괜찮다. 그런 생각 말거라."라는 말도 해주지 못하잖아요.

우리 시간을 앞으로 조금 빨리 돌려 볼까요? 5년 후 어때요? 지금 당장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5년 후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까요? 혹시 그때도 아빠에게 했던 행동들로 후회하고 있진 않겠죠? 당신 아빠와 이별하는 걸 슬퍼하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훌훌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것도 아니에요. 아빠와의 이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아프고 괴로운 일이죠. 하지만 자기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계속될 것 같은 추운 겨울도 시간이 흐르면서 지나가는 것처럼 당신이 아빠를 향한 마음이 죄책감에서 그리움으로 변해갔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자신을 위한 시간을 채워보시는 건 어떠세요? 당신께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할게요.


당신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