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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무 Feb 17. 2024

직장 구하기=연애 상대 찾기

후회와 실패의 무한굴레

"지금까지의 경력을 보면 할 수 있는 직무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어요. 사업기획, 홍보·마케팅, 프로젝트 관리 정도. 이젠 30대니까 그동안 했던 업무를 기반으로 경력직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20대 중반에 처음 취업준비를 할 때처럼 나를 뽑아주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우선 일 해보는 방식은 더 이상 어렵네요. 새로운 분야의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직급도, 연봉도 아쉽거든요. 제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을 하고 싶어요.


회사랑 집은 왕복 두 시간 정도 거리였으면 좋겠어요. 최대 두 시간 반까지는 가능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일상생활, 업무 모두 지장이 생기거든요. 시간도 돈만큼, 아니 돈 보다 중요한 자원이에요.


회사의 규모는 상관없어요. 중소기업, 스타트업 다 좋아요. 중요한 건 그 회사가 얼마나 내실이 있고 성장하고 있느냐예요. 나와 회사가 동시에 성장하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런 곳이라면 안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거예요.


하. 그런데 그런 직장이 있나요? 채용공고를 100개 정도 본 거 같은데 마음에 드는 일이 딱히 없어요. 가고 싶었던 문화기획 전문 회사는 전화로 몇 가지 물어봐놓고 더 이상 연락이 없네요. 그동안 제가 했던 프로젝트들이 규모가 작고, MICE 쪽 프로젝트 경험은 없어서 아쉽다네요. 다른 회사들은 모르겠어요.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가 끓어오르고, 벌써 그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젠 미적지근하네요. 우선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좋아질까요? 저 다시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내가 일확천금을 벌겠다고 했나요? 오래 할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찾고 싶어요. 이번 생에 단 하나만, 내가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이요. 그런 일을 찾는 게 왜 내겐 이토록 어려운 거죠?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았나요? 얼마나 더 피 터지게, 아등바등 살아야 나와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외모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깔끔하고 준수한 정도면 괜찮아요. 외모보단 인성이 좋아야 해요. 박보검보다 잘생긴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성격이 별로면 잘생긴 외모가 어느 순간 끔찍해 보이거든요. 이런 남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요? 술, 담배, 문신···. 사실 이런 것들보단 지난 연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닮지 않았으면 해요. 만나면서 계속 과거의 상처가 생각나면 많이 슬프더라고요.


장거리 연애라. 그건 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잖아요.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이면 자주 볼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얼른 찾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안 그래도 먹고 사느라 피곤한데 데이트하러 주말마다 오랜 시간 열차를 타고 다니는 연애는 힘들지 않을까요. 상대를 미친 듯이 사랑해서 죽고 못 사는 관계가 아니면 몰라도···.


그 사람이 얼마를 벌든 상관없어요.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서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만나면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관계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예전처럼 '그냥 좋아서' 만나는 게 되나요? 그런 연애는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저는 누굴 한 번 좋아하면 머리털이 하얘질 때까지 함께하는 상상을 할 정도로 깊게 좋아하거든요. 함께 그릴 수 있는 미래가 없으면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앞으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 상대, 저 상대 아무리 소개를 받아보고, 이곳저곳 두리번거려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괜찮은 남자가 이렇게 없었나요? 딱히 걸리는 게 없으면 우선 만나보는 게 맞을까요?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 돼요.


그런데 내가 욕심이 많나요? 완벽한 상대를 달라고 했나요? 연봉, 학력, 외모를 따졌나요?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요? 이번 생에 딱 한 사람만,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는데 왜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 거죠? 남들은 잘만 하는 사랑. 저는 너무 어렵네요.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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