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땅, 첫 발자국
캄보디아 땅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땅이 간직한 거대한 아픔을 피부로 느꼈다. 코를 찔렀던 것은 단순히 메마른 먼지가 아니었다.
'이 비린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희미하게 역사의 비린내가 올라오는 듯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던 '킬링필드'의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삶과 영혼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시내를 걸을 때마다 마주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길가의 깡마른 아이들은 절망과 가난이라는 척박한 현실 그 자체였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땅의 고통이 너무나도 거대하여, 고작 선교사 한 명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깊은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킬링필드 유적지를 직접 방문했을 때, 나는 그 거대한 고통 앞에서 무거운 침묵을 느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 땅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땅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뼛조각과 잊히지 않은 이야기들이 묻혀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흔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캄보디아의 척박한 현실과 마주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이 나라는 원래부터 이렇게 아픈 땅이었을까?'
역사를 들여다보니 사실 크메르 민족의 과거는 놀라울 정도로 찬란했다. 한때는 인도차이나반도 전체를 호령하던 부와 힘의 상징이었다. 1세기경 왕국으로부터 시작된 문명의 기틀은 웅장했고 위대했다.
특히 802년부터 시작된 크메르 제국(앙코르 시대)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지금 내가 사역하고 있는 이곳 앙코르를 수도로 삼아 동남아 대부분을 지배했고, 앙코르 와트 같은 거대한 성벽을 쌓으며 그들의 영화를 세계에 증명했다.
"역사는 참으로 무심하게 흐르는구나."
찬란했던 크메르 민족의 영화는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는 인류 최대의 비극인 학살의 현장이 대신하게 되었다. 특히 1970년대 말, 폴 포트 정권의 '킬링필드'는 지식인과 도시인 등 약 200만 명을 학살하며 나라를 완전히 끝장냈다.
이것은 캄보디아만의 아픔이 아니라 세계사적인 비극이었다. 나는 이 붉은 역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비극을 온몸으로 품고 나아가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이 땅에 발을 내디딘 진짜 이유였기 때문이다.
마음을 나누며...
캄보디아의 척박한 땅에서 저는 절망을 보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날 희망을 꿈꿉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혹시 킬링필드처럼 황무지 같았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곳에서 여러분은 어떤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