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을 이루어 가다
캄보디아의 가정집이나 가게 앞에는 어김없이 '떼왇(Tevada)'이라는 작은 사당 형태의 제단이 있다. 화려한 원색으로 칠해진 이 제단 위에는 늘 향이 타오르고, 붉은 음료와 과일이 놓여 있다. 이곳에 그 집이나 터의 수호신이 거주하며 악귀를 막아주고 복을 준다고 믿는다. 떼왇은 작은 기둥 위에 지붕이 있는 사당 모양의 제단으로, 캄보디아 사람들의 일상과 가장 밀착된 영적 상징물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국가들은 대부분 화교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상점에는 '선전(Sen Chen)'이라는 제단도 볼 수 있으며, 이는 조상신이나 사업 신을 모시는 곳이다. 중국식 제사라는 의미가 강하며, 복을 부르는 붉은색이 강조된 형태로 실내외에 설치된다. 길을 걷다 보면 발치에 놓인 작은 선전부터 집 마당의 높은 떼왇까지, 이 땅은 그야말로 신들의 각축장과 같다. 이처럼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에도 조상신과 토지신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 작은 제단들에 의존하는 영적 목마름이 곧 그들의 삶이다.
떼왇을 노하게 하면 화를 당한다
'떼왇의 자리,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복음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한 첫 번째 물음이다.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두려움과 기복의 사슬을 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복음 안에서 진정한 수호자(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비로소 이 수호신들은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내가 사역하는 안짠 마을 디모데교회 입구에도 떼왇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 문턱을 넘기 전, 이방의 신을 모신 제단을 먼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주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도착할 때마다 나는 늘 마음이 걸렸다. 영적 전쟁의 최전방에 선 기분이었다. 한 번은 예배를 마치고 리더들 기도 모임에 조심스럽지만, 용기를 내어 리더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교회 입구의 떼왇 때문에 제가 늘 마음이 걸립니다. 건물 주인에게 말씀드리고 치울 수 없을까요?"
리더들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평생을 '떼왇을 노하게 하면 화를 당한다.'라는 두려움 속에 살아온 그들이었다. 한 리더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주인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잘못 건드렸다가는 교회 문을 닫으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11명의 리더가 나를 일제히 쳐다보았고, 몇몇 리더는 불편한 듯 시선을 피하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거절보다 무거운 영적 거부감처럼 느껴졌다.
"일단 주인에게 다음 주일 렌트 값을 주는 날이니 렌트 값을 줄 때 두 명이 가세요. 가서 이렇게 말하세요. '떼왇이 너무 더럽고 도마뱀과 쥐들이 똥을 싸서 조상신도 싫어하실 거예요. 잠시 치우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리더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주, 리더 책임자가 나에게 와서 주인이 절대 손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시설물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공동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상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와 매일 밤 그 문제를 놓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우상을 치워야 하는데 저희에게 힘이 없습니다. 주인이 스스로 치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여러분, 하나님이 높으신 분입니까? 아니면 저 떼왇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이 더 높은가요?" 나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거운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리더들에게 인간의 설득 대신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분명 저 우상단지가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매주 예배를 마치고 나면 리더들이 모여서 교회 입구의 우상단지를 없애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리더들의 기도 소리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그렇게 약 3개월이 지난 주일 예배 시간이었다. 뜨겁게 찬양과 기도가 이어지던 중, 교회 입구에서 "쿵! 쿵!" 하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다. 땅이 울리는 진동에 나는 아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건물 주인이 보낸 두 일꾼이 큰 망치와 곡괭이로 제단을 부수고 있었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우상의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예배 후 이 광경을 목격한 리더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안도와 기쁨이 섞인 환한 미소였다.
그날의 쿵쾅거리는 소리는 떼왇이 무너지는 소리였지만, 동시에 리더들의 마음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았던 두려움의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였으며, 기도의 참맛을 깨닫는 승전보였다.
지금은 그 제단자리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가 든든한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우상이 차지했던 자리를 생명이 대신한 것이다. 우리 공동체는 그날 이후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확신하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영혼들이 더 작은 사당 앞에 엎드리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 당당히 서게 될 그 날을 오늘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