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 서열 1위가 된 기막힌 사연
, 1평에서 마주한 민낯
졸지에 감방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빈방에 7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이 작은 사회의 질서를 잡아야 하는 책임이 내게 떨어졌다.
이곳에 처음 들어온 나에게는 '빈방의 기적'이라는 동료의 외침이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기적이라면 지금 당장 이 철문을 열고 아내와 딸들에게 돌아가는 것일 텐데, 1평 남짓한 이 감방에 여러 명과 함께 들어온 것이 기적이라니.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말이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주어지는 예상치 못한 은총임을 깨달았다. 구치소의 감방은 사회의 모든 질서가 해체된 원초적인 생존 공간이다. 만약 홀로 이 방에 던져졌다면, 나는 고독과 공포라는 두려운 거인과 홀로 싸워야 했을 것이다. 나를 짓누르는 죄책감,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나를 순식간에 집어삼켰을 것이다.
그러나 빈방의 기적으로 만난 7명의 동료는 나의 작은 방패가 되어 주었다. 각자의 죄를 고백하고, 서로의 인생을 털어놓으며 웃고 눈물 흘리는 과정에서 나는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귀한 시간을 얻었다. 깐돌이(김태영)가 청소를 열외를 시켜주고, 동료들이 나를 '형님'으로 모시며 기도를 부탁했을 때, 나는 이 작은 공동체 속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발견했다.
기적은 거대한 사건 속에 있지 않았다. 기적은 모든 것을 잃고 가장 낮은 곳에 떨어졌을 때,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인연 속에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배려와 온기 속에서 찾아왔다.
빈방의 기적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내가 이 53일의 시간을 생존이 아닌 성장으로 채울 수 있도록 허락된 하늘의 배려였음을 깨달았다. 공포 대신 온기를, 절망 대신 소명을 나누라는 은총의 선물이었다.
"앞으로 김매균 씨가 나이가 제일 많으니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동료들은 나를 우두머리로 만들었다.
"형님은 화장실 청소도 열외입니다. 다만,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식사 기도해 주세요.“
이건 정말 깐돌이의 말처럼 왜 기적이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만약 혼자 방 배정을 받고 호실에 도착하면 그 위약감과 공포감이 사로잡힐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있는 6호실은 대부분 경제사범이지만 폭력배들이 모여 있는 방이라면 그 공포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래서 깐돌이가 감사하다고 하면서 기적이라고 한 것이다.
200억 사기범과 강간범, 그들의 기막힌 자기합리화
창 너머로 보이는 건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은 산등선이었다. 나는 이곳에 들어오면 경제범은 경제범끼리, 강간범은 강간범끼리, 죄명이 같은 사람들을 분류하여 입감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신복철 씨는 왜 들어 온 거요?" 내가 물었다.
"아, 그건 인간을 만들어 보내라고 우리 방에 합류시킨 것입니다. 아마 곧 다른 방으로 옮길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배경을 털어놓았다.
"먼저, 자기가 사회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이야기합시다.“
깐돌이는 자신이 부도를 내어 도망 다니다 잡혀 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박성남이 말했다. "저는 은행 카드사에 근무했습니다. 200억을 해 먹으려다가 들통이 나서 한 푼도 못 해 먹고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누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핀잔을 주었다.
"이 바보야, 이런 건 한 건 크게 해 먹고 와야지. 아, 참 아깝네.“
다음 순서가 된 강간범 신복철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처제와 몇 번 함께 이불 속에서 뒹굴다 왔는데 이년이 갑자기 마음이 변심했는지 언니가 알게 되어 간통죄로….“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여기 왜 왔어?“
"네, 저는 내가 왜 아직 여기에 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 제기랄……. 자기가 왜 여기 왔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태여이가 벌떡 일어나 감방 문밖에 써진 이름과 죄명을 보며 말했다.
”이거 심성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인데……. 음 보자. 절도에 사기.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저기 당신 절도에 사기라고 적혀 있는데.” 하면서 바닥에 앉았다.
”네, 절도죄와 사기입니다.“ 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럼 왜 바로 얘기하지 않았어?“ 하면서 강간범이 끼어들었다.
”그게…….“ 하면서 대답을 못 했다. 강간범과 절도 등의 죄수들은 부끄러운지 자기의 죄명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러나 교통사고, 폭행, 부도 등의 죄수들은 이야기가 한번 나오면 책 한 권의 분량이었다. 이야기 할 때는 늘 자신이 주인공이었고 마지막 끝날 때쯤에 한마디 한다. 재수가 없어서 여기 잡혀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발시켰다. "아니, 자신이 왜 잡혀 왔는지 모른다고? 이런 등신 봤나!“ 이 작은 1평의 공간은 사회의 모든 계급과 지위는 사라졌지만, 동시에 사회의 모든 죄와 욕망, 그리고 서열이 그대로 응축된 축소판 사회(Microcosm)였다. 나는 이곳에서 인간 군상의 원초적인 모습을 관찰하며 53일을 보내야 했다.
이곳에서 첫 공판을 실형으로 받는다면 항소 방으로 옮기고 6개월 후 다시 재판을 받고 실형이 확정되면 교도소를 옮기게 된다. 그래서 구치소는 미결수가 잠시 재판을 위해 머무는 것이라 여기서 나가는 것이 제일 상책이다. 한 감방에 있지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나갈 것인가에 잠자는 시간 외 머리를 돌리고 굴리면서 보낸다.
이곳에서 첫 공판을 실형으로 받는다면 항소 방으로 옮기고 6개월 후 다시 재판을 받고 실형이 확정되면 교도소를 옮기게 된다. 그래서 구치소는 미결수가 잠시 재판을 위해 머무는 것이라 여기서 나가는 것이 제일 상책이다. 한 감방에 있지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나갈 것인가에 잠자는 시간 외 머리를 돌리고 굴리면서 보낸다.
우리의 추운 겨울은 이렇게 7명의 동료로 구성이 되어 2평도 되지 않는 방에서 살아가야 했다.